자영업 폐업 속출하는데…‘지역화폐법’ 정쟁거리 전락 위기

2024-09-20

자영업자 작년 폐업률 79.4%…최근 10년來 '최고'

지역사랑상품권,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한다는데…

정부 '절레절레'…"효과 미미…자치권 본질 훼손"

자영업 폐업률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에 경기 부양 가능성이 높은 '지역화폐 지원법' 도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현실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 지원법'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20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지역화폐 지원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막힐 전망이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법안은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고유한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법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경기부양 필요성은 어느때보다도 커진 상황이다. 고물가와 내수침체로 외식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자영업 폐업률이 역대치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114만7000여 곳이 문을 여는 동안 91만곳(79.4%)이 문을 닫았다. 86.9%를 기록했던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음식업은 문을 새로 연 점포 수만큼 폐업한 점포도 늘었다. 음식업은 지난해 15만9000곳이 문을 여는 동안 15만3000곳(96.2%)이 문을 닫았다.

대표적 자영업인 소매·음식업 폐업률도 20%를 넘겨 20.2%를 기록했다. 특히 소매업은 개인 사업자 129만개 중 27만개(20.8%)가 문을 닫으면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음식업도 79만개 중 15만개(19.4%)가 폐업했다.

지역별로도 전국 모든 지역에서 폐업률이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폐업률은 인천(12.1%)이 가장 높았고, 광주(11.8%), 울산(11.7%), 대전(11.6%), 제주(10.8%)가 그 뒤를 이었다.

자영업 폐업률 상승 현상이 전국에서 나타나면서 지역화폐 지원은 특효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는 '내수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1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지역화폐법과 관련 "민생에 실제로 효과가 있으려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지원하는 게 맞다"며 "민생의 지원 효과나 소비의 진작 효과 자체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NH농협카드는 '카드 결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지역 소비현황 및 천안사랑상품권 사용 실태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안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천안사랑상품권 소비는 5126억원으로 천안시의 전체 결제성 소비액(6조1000억원)의 7.7%를 차지했다.

이 중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된 비중(78%)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천안사랑상품권의 사용이 연 매출액 3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제한된 이후, 상품권 소비의 무려 90%가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사랑상품권은 2020년 출시돼 올해 6월까지 총 1조7562억원이 사용됐다. 가장 많이 사용된 업종은 요식업이며, 소비 비중이 매년 증가해 올해 상반기엔 사용액 중 32.7%를 차지했다.

또 천안사랑상품권은 저연령층 및 타 지역거주자의 소비 유입 촉진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위해 천안사랑카드 및 3개 카드사(NH농협·KB국민·삼성)의 5개년 결제데이터(2019년~2023년)가 활용됐으며, 연구는 4개월간 이뤄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안이 시행되면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신청하고, 정부는 부자 지자체에 많은 국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지자체에도 상품권 활성화 정책 수립 의무를 부여해 자치권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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