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평가손실 트라우마에…12년째 金 더 못 사는 한은[시그널]

2025-09-15

한국은행이 2013년 이후 12년째 금 매입을 중단한 사이에 금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미국·중국 등 금을 대량 사들인 해외 중앙은행과 대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금은 수익에 비해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간 금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일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104.4톤을 마지막으로 12년째 제자리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8위에 해당한다.

반면 미국은 8133.5톤으로 외환보유액의 77.9%가 금으로 구성됐다. 그 밖에 독일 3350.3톤(77.5%), 프랑스 2437톤(75.0%) 등 유럽은 외환보유액의 70% 이상이 금이다. 아시아권 역시 중국 2298.5톤(6.7%), 일본 846톤(6.8%), 싱가포르 204.2톤(5.1%) 등으로 우리보다 절대량이나 비중 모두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금 매입을 중단한 것에는 과거 매입 후 가격 하락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은은 2011~2013년만 해도 매년 40톤, 30톤, 20톤씩 금을 사들였다. 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이라는 판단으로 이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은이 매입했던 시점에는 지금과 달리 금값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정치권은 질타를 쏟아냈다. 트로이온스당 금값은 2012년 평균 1669달러였다가 2013년 1411달러로 떨어졌고 2015년에는 1161달러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2011년 6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매입한 90톤의 금 평가손실이 11억 1700만 달러에 달했다. 현 환율 기준 1조 5500억 원에 해당한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한구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한은의 금 매입 이후 평가손실을 비판했다. 김 전 총재가 “한은이 외환보유액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로 금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금은 사고팔기 위해서라기보다 위험할 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1200달러 선에 머물렀던 금값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1800달러를 돌파하더니 지난해는 2623달러를 찍었고 올해 들어서도 3200달러를 넘어 15일 기준 3643.42달러를 기록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한은이 매입을 멈추는 동안 다른 중앙은행은 빠르게 금을 사들였다”면서 “정치권의 무책임한 질타로 외환보유액이 기회 손실을 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 매입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완호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이 2024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 팀장은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투기적 목적의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크게 누적돼 있어 추가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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