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가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통보받았다. 2023년 한 차례 등급이 강등된 후 2년 만이다. 강등의 배경으로는 재정적자 확대와 정부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113%에 달했지만 지출을 줄이자는 예산안은 의회에 막혔고, 국가 재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50%대로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기반 축소와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는 재정적자의 빠른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대적인 지출 확장을 예고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9년 국가채무는 1788조로 GDP 대비 58.9%에 달할 전망이다.
재정은 경기가 어려울 때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가 확장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또 예고한 것도 성장률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출은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정 중독의 끝은 신용등급 하락, 미래세대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신용등급 강등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며, 또 다른 경제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조달 비용이 늘어나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늘어나는 씀씀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교부금 개편과 같은 구조적인 개혁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프랑스의 사례는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도 절제와 개혁 없는 지출 확장을 이어간다면 같은 경로를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재정 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