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고객 정보를 유출한 쿠팡이 경찰을 ‘방패막이’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내용을 고객들에게 일괄 공지하는 등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8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경찰청이 고객님의 카드 또는 계좌번호 등 결제정보, 비밀번호 등 로그인 관련 정보, 개인통관부호는 유출이 없었다고 발표했다”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상황으로 쿠팡 측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며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쿠팡은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경찰청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쿠팡 측은 “여러 언론에서 경찰이 ‘2차 피해가 없다’고 했다고 보도하길래 이를 참고해 개별 고객에게 공지했다”면서 “경찰에서 따로 자료를 받거나 들은 적이 없었던 만큼 부담스러워 삭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청이 2차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이 빠진 공지를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공지를 잘못한 만큼 개별적으로 재공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쿠팡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쿠팡 측은 경찰청 내용을 삭제했다고 재공지할 경우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홈페이지만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중국 국적을 가진 퇴사 직원이 대규모 정보 유출을 했다고 경찰이 밝혔다는 사안도 논란거리다. 경찰이 중국인 직원 소행으로 특정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경찰로서는 현재 수사 중인 중차대한 사건인 데다 국적을 밝힐 경우 국가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어서다. 쿠팡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 당시 신명불상으로 제시했고 국적을 먼저 알리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쿠팡의 행태에 불만이다. 서울 용두동에 사는 김모씨(45)는 “경찰이 2차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길래 걱정 안 했는데 ‘경찰청을 뺀’ 내용을 홈페이지에 다시 게재했다니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면서 “2차 피해가 생기면 그 책임은 경찰에 있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주부 최모씨(55)는 “중국인 국적의 내부 직원 소행이라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 쿠팡 사태 책임이 중국인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차이나 프레임’을 씌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정보 유출 사건인 만큼 개인 결제 정보 등이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면서 “쿠팡은 경찰을 방패막이 삼을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2차 피해 여부는 실시간 확인 중이며, 중국 국적 전직 직원의 피의자 확정 여부는 수사가 진행 중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上] 대책 아닌 규제 우선?...형평성 논란 확산](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1250/art_17651570837435_2178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