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를 다시 생각하며

2025-03-12

어린 시절,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읽고 마법의 양탄자에 앉아 하늘을 나는 꿈을 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중세 이슬람 제국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잠시 잊었지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에도 그들의 창의성이 녹아있다. 서구 문명은 중세를 지나는 동안 강렬한 종교적 신앙이 덮이면서 고대 그리스의 찬란함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하지만 750년경부터 약 400년 동안 융성의 시기를 보낸 중세 이슬람 제국은 달랐다. 당시 궁정은 학자와 예술가로 넘쳐났으며 고대 그리스 고전들이 열심히 아라비아어로 번역되었다. 유클리드의 『원론』, 아르키메데스와 아폴로니오스의 저작 등 헤아릴 수 없다. 특히 아라비안나이트에 공명정대한 왕으로 나오는 하룬 알 라시드 왕 시대에 많은 책이 번역되고 탐구되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유클리드 기하, 아르키메데스 적분법 등 인류의 빛나는 지적 유산이 중세를 지나는 동안 돌이킬 수 없이 잊히고 말았을 것이다. 12세기에 이르면 유럽 기독교 국가와 이슬람 제국 사이에 이른바 십자군 전쟁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유럽이 이슬람 제국의 과학과 문명을 접하면서 자신들의 학문적 후진성을 깨닫게 된다. 이때부터 각성한 유럽은 아라비아어로 된 고대 그리스 고전들을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고 유럽 전역으로 전파했다. 이것이 훗날 르네상스와 과학 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 나라가 번영을 이루는 원동력은 사회의 창의성에 있다. 전 세계가 오늘도 창의성을 그토록 갈구하는 이유다. 우리는 늘 교육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다. 무릇 창의성은 본받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 알 라시드와 같은 리더들이 넘쳐야 한다. 무엇보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1001일 동안 매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셰에라자드처럼 절박해야 한다. 우린 그런 리더들이 그립다. 그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라비안나이트를 새삼 떠올려본다.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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