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시니어 모시기 역행(?)...이환주 KB국민은행장 취임 후 '연금센터 운영 중단' 논란

2025-01-21

【 청년일보 】 최근 KB국민은행이 은퇴한 고객에게 전문적인 은퇴자산 관리서비스를 운영하는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 13곳 중 8곳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당 센터 근무자들은 근무지 재배치를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올해 새로 취임한 이환주 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 13곳 중 8곳을 폐쇄하고 5곳만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2020년부터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를 통해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고객 대상으로 전문적인 은퇴자산 관리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해 왔다.

해당 서비스는 예약을 통해 은퇴자산관리 전문가와 1대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며, 개인별 노후 준비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해 준다. 지난해 7월 오픈한 대전연금센터를 포함해 전국 주요 도시에 총 13개의 연금센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 13곳 중 8곳을 폐쇄하고 5곳으로 축소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 직원들은 현재 다른 근무지 발령을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안다"면서 "철수한 센터의 직원들은 현재 근무지 재배치를 위해 대기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는 달리 KB국민은행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은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를 겪는 국내에서 향후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의 가장 큰 승부처는 고령층 자산관리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천24만4천550명으로 전체 인구(5천122만1천286명)의 20%를 돌파했다.

이와 같이 전체 인구에서 노년층 비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이들이 보유한 금융 자산 또한 불어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노년층의 자산·소득 수준은 2008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노년층의 연평균 개인 소득은 2천164만원으로 2008년 701만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 및 여가, 소비활동을 즐기는 중장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주요 소비층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보유한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기 보다는 본인과 배우자에게 사용하며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에 투자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시중은행 등 금융권도 오프라인의 주요 소비층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부상하자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요양사업에 진출하는 등 큰 손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고객을 위해 ‘신한은행 연금케어’와 ‘연금 라운지’를 신설해 전문적인 퇴직연금 관리를 지원한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연금케어’는 전문적인 퇴직연금 관리를 돕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서비스이며, 500개가 넘는 변수를 기반으로 정교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준다.

‘연금 라운지’는 연금 수급 고객의 재무설계를 위한 모바일 전용 서비스로 ▲4대 공적연금 입금 계좌 변경 서비스 ▲연금 입금 고객 전용 적금·대출 상품 추천 ▲종합 소득세·증여세 등을 계산해 주는 간편 세금 계산기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 50+ 걸어요’ 서비스를 출시했고, ‘신한 학이재’를 신설해 금융사기 피해 예방과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하는 등 시니어 고객의 건강 증진과 금융 혜택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시니어 세대를 위한 통합 브랜드인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를 출범했다. 이 브랜드는 은퇴설계·상속·증여·건강관리 등 금융과 비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시니어 세대의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을 지원한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문 서비스 채널인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라운지는 시니어층에게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은퇴 자금 분석·미래 자산 포트폴리오 설계·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 자산 이전 준비 등 노후 준비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을지로 금융센터에서 1호점을 운영 중이며, 향후 선릉역·마포·영등포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또 시니어 세대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위해 ‘연금 더드림 라운지’도 운영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의 연금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자산 종합 컨설팅·은퇴 전후 재무설계·절세 방법 등 맞춤형 솔루션을 안내하고 있으며,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7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소외될 수 있는 시니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니어플러스 효심(孝心)’ 영업점을 운영 중이며, 금융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사회와의 소통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해당 영업점은 2022년 동소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시작으로,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화곡동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 등 총 3호점까지 개점했다.

‘시니어플러스 효심’ 영업점에서는 시니어 고객 친화적 시설인 ▲안락한 대기공간 ▲낮은 카운터 ▲큰 글씨와 쉬운 용어가 적용된 ‘시니어 전용 ATM’ 등을 배치해 고령층 고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 복합공간 ‘사랑채’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만남·교육 장소를 제공하고, 금융 교육·지역사회 활동을 지원한다. 이밖에 디지털 금융 앱 사용법·금융사기 예방·시니어 대상 금융상품 안내 등의 다양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처럼 타 시중은행이 시니어 고객 모시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의 다소 상반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해 새로 취임한 이환주 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고객 등 시니어 고객층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은퇴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유치에 적극적인데, 유독 KB국민은행만 기존의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를 축소한 배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의 축소 조치는 올해 이환주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단행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측은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 운영에 대해 개선점을 보완해 재오픈한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골든라이프연금센터를 완전히 철수하는 건 아니다"면서 "대형화·거점화 등 비지니스 모델 전반에 걸친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 재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든라이프센터 관련된 업무는 일단 영업그룹쪽으로 이관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에 골든라이프센터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다른 센터에서 근무를 할지 아니면 영업점으로 배치될지는 조만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골든라이프센터는 기존 13곳 중 노원점, 서초점, 잠실점, 은평, 부천 신중동점 등 5곳만 현재 운영되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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