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경기에서 금지된 약물이 모두 허용되는 이른바 '도핑 올림픽'이 내년 개최된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약물 사용이 가능한 스포츠 대회 '강화 게임(Enhanced game)이 2026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고 보도했다.
참가 선수들은 기존 공식 스포츠 경기에서 금지됐던 스테로이드 등 약물의 복용이 허용된다. 단, 코카인 같은 불법 마약은 금지된다. 별도로 약물 검사는 진행하지 않으며, 참가 전 주최측에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알리면 된다.
종목은 수영(50m·100m 자유형·접영), 육상(100m 스프린트, 100m·110m 허들), 역도(인상, 용상)로, 종목당 최대 50만 달러(약 6억 9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100m 스프린트(육상)과 50m 자유형(수영)은 세계 신기록을 뛰어넘을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 8000만원)의 보너스 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미 보너스 상금을 받은 예비 선수도 있다. 대회 측에 따르면 그리스 수영 선수 크리스티안 그콜로메예프는 지난 2월 50m 자유형 부문에서 20.89초를 기록하며 세계 신기록보다 0.02초 앞서 100만 달러를 받았다. 대회 측은 해당 경기 영상을 홍보용 다큐멘터리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콜로메예프는 올림픽 경기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도핑 올림픽'을 선택했다. 그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랜 시간 깊이 생각하며 소중한 것들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쟀다. 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대신 다른 계획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가 대표들이 '도핑 올림픽'에 출전한다. 50m 접영 세계 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고보로프, 유럽 100m 접영 은메달리스트인 불가리아의 요시프 밀라디노프가 참가 신청했으며, 세계 챔피언인 호주의 제임스 매그너슨이 해당 경기로 복귀한다. 주최 측은 참가자 1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회는 호주 기업가인 애런 드수자가 설립했다. 그는 “강화 올림픽은 21세기 올림픽 모델의 혁신”이라며 “기술과 과학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세계는 의학의 발전을 포용하는 스포츠 행사를 필요로 한다”고 대회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후원자들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째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전자 결제 기업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거물 투자자 피터 틸 등 정재계 인사들이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했다. 참여 인사들은 모두 친(親) 트럼프 인사였으며, 자금 조달 홍보 영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시사해 트럼프 가문이 대회 막후(幕後)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논란도 커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성명을 통해 “역사를 통해 보았듯, 경기력 향상 약물은 많은 선수들에게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 일부는 사망하기도 했다”며 “이 대회는 약물 오남용을 조장함으로써 선수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 반도핑기구(ADA) 최고경영자(CEO)는 “이건 위험한 '광대쇼'일 뿐 진짜 스포츠가 아니”라고 날을 세웠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