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난임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했습니다. 왜 시술이 실패했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죠. 호르몬 수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 자궁 내막의 반응성 등 개별 환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임신 환경을 조성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 체계가 마련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
엘레나 라바타 IVI 발렌시아 생식의학센터 임상연구 총괄(박사)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으로 개인 맞춤형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임신과 출산 성공률 향상에도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라바타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갖춘 IVI 난임 클리닉 그룹의 모태인 IVI 발렌시아에서 20년 넘게 연구와 임상 경험을 쌓아온 생식의학 전문가다. IVI 발렌시아는 IVI 그룹의 첫 번째 클리닉이자 본원으로서 IVI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성장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 설립자들 모두 발렌시아 출신인 만큼, 난임 치료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대한가임력보존학회 학술대회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배란 후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아지는 '황체기(luteal phase)' 모니터링을 통한 개인 맞춤형 프로게스테론 요법이 전 세계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프로게스테론은 임신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자궁내막을 준비시켜 수정란의 착상을 돕고, 착상된 배아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궁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프로게스테론 보충요법은 혈중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낮거나 유산 병력 또는 조산의 위험이 있는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돼 온 방법이기도 하다.
라바타 박사는 "과거에는 환자마다 호르몬 수치나 신체 조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용량과 투여 방법으로 프로게스테론을 보조했다"며 "황체기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프로게스테론 치료를 맞춤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난임 환자의 혈청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평가하면서 일정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보조해주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황체기 동안의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최종적인 출산 성공률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안정적인 유지가 임신 성공과 출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들이 확인되고 있다. 라바타 박사는 "혈중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기준치 이하인 경우 성공적인 출산 확률이 약 20% 낮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IVI 발렌시아에서는 배아 이식 당일에 모든 환자의 혈청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1회 측정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측정값에 기반한 맞춤형 투여 원칙을 고수하다보면 배아 이식 후 임신 및 출산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당일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맞춤형으로 조정하고 체내 흡수율(bioavailability)을 높이는 방법을 적용한 결과 체외수정(IVF) 시술에 수차례 실패했던 환자들도 착상과 임신 유지가 잘 되고 출산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IVI 발렌시아는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7%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과거에는 배아 전문가가 현미경으로 관찰한 특정 시점의 정지된 이미지를 보고 어느 배아를 먼저 이식할지 판단했다면 지금은 배아 배양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이를 AI가 분석한다. 그는 "AI가 각 배아의 세포 분열 속도와 분열 간격의 일정성, 발달 과정의 이상 유무 등을 평가해 0~9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추전해준다"며 "배아의 품질이 IVF 성공의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AI를 활용하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성 보장, 환자 동의, 데이터 보호가 철저히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9명에 불과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저출산은 스페인을 포함해 여러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그로 인한 생물학적 영향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 세대가 난자냉동 등 가임력 보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확산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JK 2025년 11월호 [퍼스널케어] Givaudan Active Beauty, ‘피부 장수 디코딩’ 통해 노화와 화장품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https://www.cosinkorea.com/data/photos/20251147/art_17635460014866_cb5d46.png)
![“70 넘어도 인공와우 수술” 이유 있었네…치매 위험 3분의 1로 뚝 [헬시타임]](https://newsimg.sedaily.com/2025/11/20/2H0J19DBSH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