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어려운 말기 흉선암, ‘이것’ 썼더니…“4년 넘게 암진행 막아”

2025-11-20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흉선상피종양 환자에게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하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초로 흉선상피종양 환자에게 수술 전 면역항암제 기반의 병용요법과 수술 후 2년에 걸친 유지요법을 적용하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사례다.

삼성서울병원은 박세훈 혈액종양내과 교수·박성용 폐식도외과 교수·노재명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흉선상피종양 환자 40명 대상의 단일군 임상 2상을 연구자 주도로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심장과 폐를 보호하는 가슴뼈(흉골)에는 나비 모양으로 생긴 ‘흉선’이라 불리는 기관이 있다. 사춘기 무렵까지 면역기관으로 역할을 하다 성인이 되면서 지방조직으로 바뀐다. 이 곳에 생기는 암을 흉선상피종양이라고 한다. 연간 기준 10만 명당 1명 이내로 발생해 매우 드물지만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2022년 세계폐암학회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흉선상피종양 환자는 연평균 6.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흉선상피종양은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도 기대할 수 있지만, 진행된 단계에서 발견되면 선행항암요법을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반응률은 약 20~30%에 그쳤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82.5%(33명)는 진단 시점부터 수술이 불가능한 4기였다.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흉선암 환자도 72.5%나 됐다. 연구팀은 3주 간격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세 차례 투여한 뒤 수술 가능 여부를 평가했다. 수술 후에는 최대 32주간 키트루다 투여를 유지했고 일부는 항암방사선치료도 병행했다.

분석에 따르면 27.5개월(중앙값)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전체 환자의 57.5%(23명)는 수술 전 병용요법을 통해 종양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종양 크기가 줄거나 더이상 커지지 않고 유지되는 질병통제율(DCR)은 82.5%에 달했고, 최종적으로 전체 환자의 70%(28명)가 수술을 받았다.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리검사 결과 종양세포가 10% 이하로 줄어든 상태인 주요 병리학적 반응(MPR) 도달률은 32.5%(13명)였다. 연구진이 당초 기대치로 설정한 5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실제 수술을 환자만 놓고 보면 MPR 비율은 46.4%로 증가했다. 키트루다가 흉선상피종양의 치료 선택지로 포함될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박성용 교수는 "흉선상피종양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흉선암에서 치료 반응이 더 좋았다"며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에게 수술이 가능해질 경우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1년 무진행생존율(DFS)은 87.9%,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9.3개월이었다. 전체 환자 중 절반은 4년 넘게 암이 재발하거나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항암제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전체 생존율(OS)의 중앙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만큼, 장기 생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박세훈 교수는 "비교 대상이 없는 단일군 연구여서 향후 안전성 측면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흉선상피종양 환자들, 특히 예후가 나쁜 흉선암 환자에게 완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유럽종양내과학회(ESMO 2025)에서 구연 발표로 선정됐고 세계폐암학회 공식학술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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