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딥시크 앱 차단, 상징적 의미 커…과징금 부과 여부도 검토 중"

2025-02-23

“딥시크에 과징금을 부과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가 있어서 과징금 부과 사안이라고 판단이 돼도 딥시크의 매출액이 없기 때문에 액수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학수(58·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차단 조치를 내린 딥시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개인정보 보호 기구 수장인 고 위원장이 ‘딥시크 차단’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고 위원장은 “딥시크에서 중국의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로 넘어간 데이터가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조사 진행 상황을 전했다.

그는 원론적인 설명임을 전제로 “우리나라는 매출액과 연동해 과징금을 매기기 때문에 매출액이 없는 경우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정액 과징금으로 부과된 게 2억 원 수준이었다. 딥시크에 대해 과징금 결정이 내려져도 액수는 얼마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주간 120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단기간에 인기가 몰리면서 유출된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위법 사실이 드러나도 처벌 수준은 미약한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딥시크가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해 중국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점 등을 고려해 최근 전격적으로 ‘앱 차단’ 조치를 내렸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내린 결정이다. 개인정보위는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우려에 대응해 기술 분석을 하던 중 딥시크에 저장된 이용자 정보 일부가 바이트댄스로 넘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고 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의 상징적 의미가 가장 크다”고 했다.

개인정보위의 조사 과정에서 딥시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 정황도 포착됐다. 고 위원장은 “딥시크가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달리 ‘하드 코딩’을 더 많이 했다”며 “제3자가 코딩의 내용이나 데이터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어려운 점이 있다. 조사에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는 설정 파일이나 서버에서 데이터를 불러와 데이터를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코드 안에 데이터를 고정시키는 ‘하드 코딩’을 하면 외부에서 코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전송하는지 분석하기 어려워진다. 데이터 흐름을 숨기는 데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다.

다만 고 위원장은 딥시크가 조사 과정에서 상당히 협조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가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이 있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법률 대리인을 구해 소통하겠다고 하고 스스로 앱 플랫폼에서 내리겠다고 하는 등 세세한 면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대응과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불안하게 바라보지는 않는다”며 “딥시크도 120명 정도의 크지 않은 회사인데 전 세계 나라별로 법에 맞춰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딥시크에 대한 개인정보위의 발빠른 대응은 비슷한 사안으로 고민 중인 다른 국가의 개인정보 기구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고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어제(20일) 연락이 왔고 여러 나라에서 연락이 오고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정보 공유를 계속하자는 얘기를 한다”며 “우리는 많이 (협력 관계에 대해) 열려 있는데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실효성이 있는 국제 공조를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데이터 활용이 제약을 받는 등 산업 현장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는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 중에 진정성을 갖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법이나 제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애매하게 얘기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활용을 위해)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가이드를 여러 번 냈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개인정보위가 직접 도와주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개인정보위원회가 만들어 줄테니 갖고 와 달라”며 “실제로 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스킴(Scheme·업무 흐름 구조)들이 다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위가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산업계 일각의 불만에 대해서는 “과거와 달리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비즈니스가 형성되고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누적 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골프존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예전엔 단순히 물리적인 기계만 갖고 하던 사업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했다”며 “개별 이용자의 스코어·데이터 관리를 하게 되면서 개인정보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역외 사업자인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위의 실무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역대 가장 큰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구글과 메타”라고 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은 조사를 하면 대부분 굉장히 협조적”이라며 “빅테크 기업의 본사 임원들은 한국에 오면 저를 찾아와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굉장히 애쓴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제가 개인정보위 위원장이 된 지 며칠 만에 본사 개인정보 담당 임원이 서한을 보내 관련 업무를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기업 혁신을 제약하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잘 도입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해 들어 급속도로 AI 안전과 관련한 글로벌 논의 기조가 ‘이노베이션(혁신)’으로 바뀌고 있다”며 “개인정보위는 큰 틀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잘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위는 실제로 다양한 기업들이 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을 사전에 진단하는 ‘사전 적정성 검토제’를 운영 중이다. 고 위원장은 “카카오에서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새로 출시하는데 사전 적정성 검토제를 통해 우리가 개인정보보호법의 맥락에서 고민되는 문제를 검토했다”며 “사업자의 고민에 대해 ‘이런 식의 안전장치가 마련되면 문제 없을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위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카나나의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조만간 사전 적정성 검토 결과를 의결할 예정이다.

개인정보위는 딥시크 사태를 비롯해 여러 국내외 굵직한 개인정보 보호 사안을 책임지면서 명실상부한 ‘개인정보 컨트롤 타워’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정부 부처와 역할이 겹치면서 확고한 위상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중앙부처 중에 제일 작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부처 사이에는 항상 협업과 긴장이 조금씩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가 책임 부처니 답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AI와 관련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앞으로 몇 년이 가장 중요한데 2~3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영역을 바라보고 정책을 가져갈지가 너무나도 중요하다”면서 “딥시크 사태로 인해 불안 요소를 키우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극을 받고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고민하는 계기로 작동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He is…

△1967년 서울 △휘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 컬럼비아대 로스쿨, 대학원 경제학 박사 △2005년 연세대 법과대 부교수 △2007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장 △2015년 한국법경제학회 회장 △2019년 아시아법경제학회 회장 △2020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2022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23년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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