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스카이데일리’의 <선거 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 기지 압송됐다> 등 기사 6건에 대해 자사게재 경고를 결정했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신문 윤리강령을 위반하여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12월17일 만평이 폭력적이며 선정적이란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는 등 제재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윤리강령을 위반한 신문에 대해 올 1월에만 일간신문 기사 23건을 비롯해 온라인 기사, 광고 등에 116건의 제재를 내렸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언론 기사가 개인적·사회적·국가적 법익을 침해했는지를 심의하여 올 1월에 차별금지, 기사형 광고 등 기준 위반으로 101건에 시정 권고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나 시정 권고를 통해 언론의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날로 심해지는 듯하다.
언론환경의 변화로 야기된 재정적 어려움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는 바로 신뢰의 위기이다. 계엄 선포 이후 극심한 사회적 혼란 속에 언론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조롱의 단계를 넘어 폭력화되기 이르렀다. 극단적 정치인들은 기존 언론이 가짜뉴스를 만든다며 불신을 더 부추긴다. 그들 주장이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바탕에는 언론을 믿기 어렵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개별 언론사의 노력만으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론매체 전체에 대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언론사나 언론인 모두에게 일종의 공유지인 셈이다. 누군가가 사익을 취하려고 공유지를 훼손하면 해당 언론에만 피해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지속되기 어려워지고 공유지에 관여된 모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한다.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이 지적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허위나 거짓으로 꾸민 보도로 극단적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거나 자극적인 기사나 혐오적 표현으로 조회 수를 늘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들은 사세를 확장하거나 수익을 올릴 수도 있고 사회적 영향을 얻는 디딤돌로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이 쌓여 언론에 대한 신뢰를 시나브로 갉아먹는다. 신뢰라는 언론 공유지는 날로 황폐해가고 언론이 구성하는 공론장은 허약해질 것이며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대다수 언론인이나 언론사가 아무리 저널리즘 정신에 따라 취재와 보도를 해도 그것만으로는 언론 전체에 덧씌워진 불신을 벗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온갖 음모론을 발아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언론에 진실이 없다고 여기니 대안적 사실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뉴스에 기반한 공론장을 부정하므로 합리적 토론과 논쟁이 들어설 여지가 좁아진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얕아지고 사회적 소통은 막히며 대립만 증폭된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신뢰 자산은 언론계의 공유지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유지이기도 하다. 스스로 정화하고 가꾸려는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를 법제화하려는 사회적 요구를 잠재우기 어렵다. 몇해 전 국회에서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했다. 여론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언론계의 강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국경없는기자회’를 비롯한 국제 언론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은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설립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언론계의 제안이 법 개정을 막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 아니었다면 이제라도 신뢰라는 언론의 공유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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