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줄하향 경고등…업종간 양극화 심화 우려 [시그널]

2025-06-23

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하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기 평정 마무리를 앞두고 석유화학·2차전지·건설 등 부진한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올 상반기 방산·항공운송 등 시장 상황이 우호적인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이 이뤄진 만큼 업종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총 12건의 신용등급 및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평사들은 적극적으로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실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신용등급 및 전망 상향 건수는 총 72건으로 하향(43건) 대비 1.5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향 건수 증가세가 꺾인 것과 달리 신용등급 및 전망을 내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상반기 정기평정 기간이 끝나가면서 업황이 비우호적인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2차전지, 건설 등이 비상이다. 구체적으로 LG화학·한화토탈에너지스·SK지오센트릭 등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내렸으며 롯데건설과 컴투스는 신용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3개사가 모두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조정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및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이런 추세는 실제 회사채 발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건설은 총 1100억 원(최대 1500억 원) 모집에 나섰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신용등급이 같은 세아홀딩스가 앞서 목표액의 3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선제적으로 공모 희망 금리 밴드(범위)를 연 5.40%~5.70%(1년물), 5.60%~5.90%(1.5년물)로 제시하면서 짧은 만기와 높은 이자율로 수요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시장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건설업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건설채는 이 같은 흥행을 빗겨가고 있다.

롯데건설과 같은 건설채인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이달 20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200억 원 모집에 2320억 원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특히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60~6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결과 2년물은 4bp, 3년물은 21bp에 목표액을 채우면서 시장에서 평가한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수록 수요가 낮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업종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책정된지 1년이 넘은 기업 중 ‘부정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곧 향후 진행될 정기평정 과정에서 신용등급 전망 하향 건수가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롯데지주가 국내 신평 3사로부터 지난해 6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넷마블, KCC건설, 쌍용C&E 등도 지난해 상반기 평가를 받은 만큼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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