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탈환경 정책에 ‘희비’…“정유·석화는 기대, 배터리는 우려”

2025-01-21

트럼프 취임식서 ‘화석원료 회귀·전기차 의무화’ 철회 발표

정유업계, 정제마진 상승·석화업계, 원가 하락 기대

배터리 업계, 전기차 캐즘 장기화 우려…탈중국화도 속도 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박재훈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탈환경 정책으로 인해 국내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 중국 견제 등의 정책을 표방하면서 수출 위주의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기조와 다르게 화석연료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하면서 배터리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에 트럼프의 탈환경 정책으로 올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석유·가스 시추 허용”…수요 증가 기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 등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에서 “우리는 전략비축유를 채우고, 미국 에너지를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인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에 이어 이번에 재차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바이든 정부에서 진행해왔던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하고 내연기관 차량에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하고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석유 시추를 허용하면서 원유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원유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국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가격이 떨어지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경우 정제마진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운임 등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정제마진은 대표적인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만큼 상승 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내에서는 원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추출된다. 나프타는 NCC를 거쳐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으로 재탄생한다.

나프타는 원유 가격과 등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효과로 시추가 늘어나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나프타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가스에서도 나프타를 추출할 수 있는데 가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추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원유·가스에서 나오는 나프타 모두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하락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전쟁까지 벌인다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 대폭 축소 전망…배터리도 ‘영향권’

배터리 업계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전기차 캐즘이 더 길어질 수 있고 배터리 판매 역시 감소할 수 있어서다.

다만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해서 곧바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이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상·하원의 동의도 필요하고, 미국 내 일자리가 부족한 러스트벨트 지역에 창출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완전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 최종적으로는 보조금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세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를 통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과의 협업에서도 손을 떼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진 셈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공급망에서 탈중국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도 트럼프 취임에 하루 앞서 사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이차전지 비상대책 TF를 구성했다. TF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기업과 에코프로,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이 참여한다. 최근 회의에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과 리튬, 니켈 등 광물 자원의 수급 동향 등이 논의됐으며, 향후에는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IRA의 경우 트럼프가 극단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정책을 급격하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부 보정을 할 것”이라며 “명확한 것은 소위 해외 우려기업이라고 말하는 중국과의 합작 투자라던가 연관성을 맺고 있는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우리 기업들이 안정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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