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글로벌 건설 시장이 태양광 등 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들이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건설산업에서도 청정 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 프로젝트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20일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22년 대비 3배 증가하고, 전력망 투자는 2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력 발전량 역시 2050년까지 2배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화석연료 발전은 2040년까지 95% 감소하며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은 친환경 건설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 건설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6.2% 성장한 3조723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전 세계 건설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해상·육상 풍력, 태양광,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원전 등이 있으며, 도시화에 따른 교통 인프라와 상하수도 시설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넷제로 산업법과 그린딜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이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일부 후퇴시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도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 탈퇴, 그린 뉴딜 폐지, 화석연료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한 반환경 정책을 공언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이미 강하게 자리 잡은 만큼, 미국의 정책 변화가 전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중국과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은 기후 문제 해결에 있어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선두주자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은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주요 의제로 삼고 국제 기후외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적극 동참하며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한국 건설사의 친환경 에너지 분야 수주액은 68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삼성E&A는 지난 12월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바이오정유 플랜트 사업 본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펭게랑 지역에 건설되는 이 플랜트는 연간 65만 톤의 지속가능 항공유(SAF), 바이오 디젤, 바이오 납사 등을 생산하며, 삼성E&A는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다.
삼성E&A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속가능 항공유(SAF) 시장에 처음 진출한 사업으로, 이를 계기로 글로벌 친환경 탄소중립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등의 텍사스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와 LS그룹의 영국 보틀리(Botley)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에서 폴리머리 폴리체 플랜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정지훈 해외건설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한국 건설사의 친환경 에너지 분야 수주액이 급증한 것은, 지속 가능한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약을 보여준다"며, “한국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