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가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노스볼트는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국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해 파장이 우려된다.
스웨덴 경제매체인 다겐스 인더스트리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노스볼트가 재정 위기에 대한 타개책 중 하나로 미국에서 챕터11 파산보호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2억유로(약 3000억원) 규모 자금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이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연방파산법에 따른 챕터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 활동을 지속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제도다.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한 채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고 회사에 대한 모든 채권자 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중단돼 구조조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유리하다.
미국에서 사업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현지에 최소한의 자산을 보유하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챕터11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스볼트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 챕터11 신청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스볼트는 유럽 배터리 독립의 대표 주자 같은 역할을 한 기업이다. 완성차 산업이 발달한 유럽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해서다.
노스볼트는 이에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으면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등에서 공격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배터리 양산에 어려움을 겪어온데다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재정난이 심화됐다.
노스볼트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9월 스웨덴 내 인력 25%에 해당하는 1600명 가량을 감원했다. 지난달에는 스웨덴 공장 확장을 담당하던 자회사 노스볼트 ETT 익스팬션 AB가 현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6월 BMW와 맺었던 약 3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 취소도 영향을 미쳤다.
노스볼트는 설립 초기부터 개발과 생산 경험이 풍부한 한국 배터리 엔지니어들을 적극 영입했고 국내 배터리 장비 제조사로부터 장비를 조달해왔다. 이 때문에 노스볼트 파산이 국내 배터리 업계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복수 장비사들에서 노스볼트 자회사 파산에 따른 영향이 가시화됐다. 에스에프에이와 씨아이에스는 3분기 각각 1693억원과 426억원의 손실을 인식하며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에스에프에이 측은 “국내와 스웨덴 로펌을 자문사를 선임하고 노스볼트 측에 대금지급 요구서한을 발송했으며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계약서 조항에 따른 법적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내 장비 기업들이 노스볼트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과거 중국 헝다 파산 사례처럼 수년에 걸친 소송과 실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