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대변혁 '스테이블코인'이 이끌까

2025-07-03

국내 게임업계가 블록체인 사업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가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웹3(Web3)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특성이 블록체인 게임 사업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사업 모두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데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앞선 도전이 국내 규제 환경에 가로막혀 실패한 만큼, 정책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성숙으로 끝난 1R···규제 환경에 발목

위메이드의 위믹스를 시작으로 다수의 게임사가 2010년대 후반에 블록체인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투명성'과 '신뢰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용자 간 거래를 활성화해 게임 내 경제 생태계의 유동성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이런 기대와 달리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세는 다소 더딘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시장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는다. 이때 국내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 과정을 돌아볼 때,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로 인한 영향과 기술에 집중한 나머지 게임 본연의 가치를 놓쳤다는 점이 항상 거론된다.

많은 전문가는 이 중 법안 및 정책 방향성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이 문제의 뿌리는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겉보기에는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법 같지만, 실상은 규제에 무게를 둔 법이다.

게임법은 같은 해 물의를 일으킨 '바다이야기 사태'와 맞물리면서 규제에 치중했다. 실제, 해당 법안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부분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지켜야 할 조항들이다.

이 법을 근거로 게임사들은 국내에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을 통해 보상을 주고 게임 안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식의 P2E(Play to Earn) 게임은 해당 법에 가로막혀 빛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P2E 게임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용자 보호에 무게를 두고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또한 지난 5월 27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P2E 게임과 관련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책을 떠나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궁극적으로 게임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웹3.0 게임이 기존 웹2.0(인터넷)과 큰 차이를 지닌 터라, 한동안 기술 발전에만 집착해 정작 게임 본연의 재미를 놓쳤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일부 업체의 경우 여전히 목표하는 유저조차 명확히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코인 거래를 통한 수수료 사업도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발행한 코인 대부분이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컸다. 실제 위믹스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즈 '보라' ▲넷마블 '마브렉스' ▲컴투스홀딩스 '엑스플라' 가격은 큰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줄곧 내림세를 그렸다.

태풍 몰고 온 스테이블코인···이번엔 다를까?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이 조명받으며 분위기가 급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위믹스의 아버지' 장현국 대표가 이끄는 넥써쓰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BNB체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x'를 등록하고 국내에 상표를 출원했다.

넥써쓰는 앞으로 미 달러를 포함해 ▲일본 '엔' ▲EU '유로' 등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선제적으로 각국 법안에 발맞춰 미국·홍콩·일본·유럽·영국·싱가포르 등 6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위메이드도 위믹스 3.0 메인넷에 스테이블코인 USDC.e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USDC.e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위믹스3.0 메인넷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토큰이다. 이외에도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 게임사가 해당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가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 특유의 안정성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특정 자산과 연동해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상자산이다. 게임 자산의 변동 폭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코인 자체의 사업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게임사로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직관성'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명목화폐를 담보로 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네이티브 토큰보다 화폐 가치를 판단하기 용이하다. 이를테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넥써쓰의 네이티브 코인 '크로쓰'보다는 명목화폐 '달러'가 이해하기 훨씬 쉽다.

조만간 스테이블코인이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17일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액트(GENIUS Act)'가 상원을 통과하면서 연일 조명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이 우리 게임업계에 즉각적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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