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난항에 하루 2~4시간 작업 거부…현대차 7년 만에 파업

국내 최대 자동차·조선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HD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9년 만에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두 노조 모두 오는 5일까지 부분 파업을 할 계획으로, 사측과의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추가 동시 파업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이 되자 현대차 울산 5개 공장 생산라인이 모두 멈췄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파업 지침에 따라 오전조(1직)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손을 놓은 것이다. 조합원 다수는 일터에서 떠나 울산공장 내 본관 앞에서 열리는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오후조(2직) 직원들 역시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오후 10시 10분께 퇴근할 예정이다. 오전·오후조를 합하면 울산공장 조합원 2만3천여 명이 이날 파업에 동참한다.
시간당 평균 375대를 생산하는 울산공장만 놓고 보면 이날 1천500대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전주·아산공장 역시 2시간씩, 총 4시간 생산라인이 멈춘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 노사의 7년 연속 무쟁의 교섭 타결은 무산됐다.
노사는 2019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내외 상황, 성과에 따른 보상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마무리했으나 올해는 실패했다.
노사는 임금 인상 규모,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사측은 월 기본급 9만5천원 인상, 성과금 400%+1천40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주식 30주 지급, 일부 수당에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을 제시했다.
앞서 월 기본급 14만1천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소득 공백 없는 정년 연장(최장 64세),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한 노조는 이 같은 사측 안이 조합원 기대에 못 미친다며 거부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도 이날 오후 1시부터 하루 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시작되자 조합원 수백명은 노조 지침에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조선소 밖으로 나와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돌면서 시민에게 파업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올해 임금 교섭과 관련한 7번째 부분 파업이다. 특히 이날 파업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올해 들어 처음 벌이는 공동 파업이다. 조선 3사 모두 올해 사측과의 교섭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파업에 나섰다.
HD현대중 노사는 지난 7월에 기본급 13만3천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조선사도 구체적인 협상안이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노조는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는 합병에 따른 전환 배치, 고용 불안을 우려하며 고용안정협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도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가 내놓은 합병 자료 어디에도 고용 안정, 전환 배치 대책, 성과 보장은 없다"며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는 자국민 기술자의 손과 숙련 없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조선 업계 최대 사업장이자, 울산 핵심 제조기업인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에서 같은 날 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양 노조 모두 오는 5일까지 부분 파업 일정을 잡은 상태로, 사측과의 입장 차이가 커 추가 동시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협상에 변수가 되는 미국발 관세 영향, 환율 안정성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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