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 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소장. 2025.7.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여야가 합의 처리한 상법 개정안 보완 입법을 위한 공청회가 11일 개최됐다. 여당은 수백억원대 임금체불 논란을 빚은 대유위니아 사례를 거론하며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주주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SK 소버린 경영권 분쟁의 예시를 들며 시장의 자율성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상법 보완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안이다. 이사 3명을 선임하게 되는 상황에서 1주를 가진 주주가 3표를 특정 이사에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 결정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단 취지로 발의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이와 반대로 대주주 영향력 제한하는 안이다.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와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연구소장 등이 더불어민주당 지지 토론자로 참여했고 국민의힘 지지 토론자로는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진술발언에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고 그 결과가 결국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2020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는데 당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으로 정한 것은 경영에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해외에서는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제도며 분리 선출 제도와 함께 주주의 의결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분리 선출 대상 감사위원의 수를 확대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우찬 교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 상대로 실제 적용된 사례를 보면 10년에 걸쳐 3건에 불과하다"며 "2020년 상법 개정을 통해 감사위원 1명은 분리 선임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주주가 요청한 경우도 5년 동안 33건으로, 두 제도를 이용해 실제 지배권이 상실되는 건 이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김민석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6.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김 교수는 "주식회사가 이사회를 두는 이유는 대주주·경영자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감독을 받고자 함이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고 공개회사 경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주장들"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의 집중투표제 청구·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0년에 걸쳐 단 3건에 불과하다. 이를 확률로 계산하면 회사당 연평균 4.3%에 불과하다"며 "2020년 개정된 상법으로 감사위원 1명을 분리 선임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주주가 요청한 경우도 5년 동안 단 33건으로 지배권 상실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소액주주·대주주의 구도로만 보시는데 저는 외국인 주주(헤지펀드)와 국내 투자자의 구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험성이 매우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공포 마케팅이라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이미 그런 위험성을 SK·소버린 사태 때 보지 않았나"라며 "(법이 개정되면)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연구하고 한국 법을 연구해 우리 시장에 침투한 뒤 이사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SK·소버린 사태는 2003년부터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14.8%를 매입하고 집요한 경영권 행사 시도를 감행했던 것을 일컫는다. 소버린 측은 최태원 SK 회장의 이사회 사퇴 등을 요구했고 SK와 법정 공방을 벌이다 경영권 참여에 실패한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약 8040억원의 배당·시세 차익을 올린 바 있다. 이후 소버린은 2005년 2월 ㈜LG와 LG전자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우리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낡은 지배구조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그것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가 기업의 지배주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법인) 분할·합병 및 상장폐지 등을 결정해 주주와 직원의 이익이 희생되는 일이 지속해서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대유위니아 경영난으로 2023년 10월 대규모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파산 신고·상장폐지 등이 이어졌고 노동자들이 일괄 해고되며 약 600억원의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미국 사옥 인수와 자녀 등에 편법 증여를 일삼았다. 회사의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이런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면 (이 정도로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6.25. [email protected] /사진=김금보
최준선 명예교수는 "회사는 효율성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마치 지배주주가 어떤 결정을 하면 대주주 스스로에게만 이익이 되고 특정인에겐 손해가 되는 경우를 상정해 (토론이 이뤄지는데) 회사가 손해가 나는 결정을 했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소액주주가 아닌) 지배주주"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의 보완 개정은) 주주집단 간 갈등·투쟁을 야기하고 이사회는 대리전 전쟁터가 된다"고 했다.
또 "(이런 방식의 개정이 이뤄지면) 기업이 이를 피하기 위해 상근감사 1명만 선택해도 되는 자산총액 2조원 미만 회사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 높이겠다고 하는 말 한마디와 상법 개정 하나로 주식을 꾸준히 올릴 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장기적으로 기업이 활성화되고 성장 동력이 확보돼 본질적인 경제가 살아나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윤태준 소장은 "한국 투자자들은 정말 똑똑하다. 평균적인 수준이 해외투자자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뛰어나다"며 "요구하는 바도 단기간에 주가 부양을 해달라거나 배당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닌 굉장히 구체적으로 회사의 사업에 관해 관심을 갖고 정보를 얻으려고 하신다"고 소개했다.
윤 소장은 "진짜 회사를 위한 것은 회장님 한 분뿐인데 개인 주주들이 뭘 안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식의 논리는 지양해야 한다. 회사가 주주들에 비전을 제시하고 신사업에 대한 확신을 주면 주주들이 표를 모아 회사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집중투표제는 경영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과 달리 많은 나라에서 도입 후 경영 성과를 개선되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회사의 감사 기능을 확대할 수 있게 부작용을 줄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의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방안이 담긴 새로운 상법 개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 상정·처리할 계획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있어) 조금 더 논의해야겠지만 7월 임시국회에선 상정·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 수석부대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관련해 재계에서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반대하는데) 경영권 방어도 중요하지만 (기업 운영이) 투명하게 잘 운영된다면 소액주주들이 뭉쳐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영자 입장에선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겠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반대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