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자주 독립국임을 입증하는 근거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국민과 헌법으로 보장된 주권, 그리고 영토가 3대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 부속된 다양한 것들이 대한민국 만의 것으로 대내외에 공인된다. 국제전화 국가식별번호 82번이 그렇고, IP주소에도 대한민국이 담긴다. 우리 역사와 얼이 고스란히 담긴 지도도 마찬가지다. 지도는 영토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민족의 축적된 시간과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글이 우리나라의 1대5000 축척 고정밀지도의 해외 반출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 합동의 간담회와 의견수렴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부처까지 포함된 '측량성과 지도반출 협의체'까지 만들어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사실, 덩치로 봐선 왠만한 국가급이지만, 그래도 일개 해외 민간기업의 요구에 이처럼 정부 부처까지 나서 고민해야하는가란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요구 주체가 한국 기업이었어도 이런 '성의'를 보였겠느냐는 것이다.
고정밀지도 해외반출 가부를 떠나 구글은 오랜기간 한국시장에서 숱한 논란꺼리를 야기시켜 온 바 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쓰게되는 플레이스토어(구글플레이) 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와 소규모 창작자들에게 수탈에 가까운 이익 편취를 해온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나아가 유튜브까지 품게 되면서 한국에서 압도적 영향력의 미디어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기업 성장으로 딴 열매는 본사에서 독식한다. 한국시장에서 내는 세금은 실제 벌어들인 규모에 매겨야할 세금 대비 30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우리나라 고정밀지도 활용과 서비스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에 앞서 우리나라 지도 제작과 활용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한 선제적 투자 노력이나, 우리 지도산업 생태계 내에서의 진정성 있는 협업 노력 없이 국민세금이 투입된 고정밀지도만 가져다 이용하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가 수많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창구'가 돼 주고 있다며 광고한다.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K-콘텐츠가 해외에 직접 소비·판매되고 있음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런 자랑 뒤에 감춰진 게 성실하지 못한 납세 행태는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납세는 국가가 유지·운영되는 기본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