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 지방에는 이름난 도시가 많다. 지중해의 관문 마르세유, 교황이 머물렀던 아비뇽, 고흐가 사랑한 아를 등등. 그러나 프로방스의 참모습은 내륙 깊숙한 뤼베롱(Luberon) 산자락에 숨어 있다. 보랏빛 라벤더 꽃밭이 펼쳐지는 산자락을 따라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학창 시절 읽은 알퐁스 도데의 ‘별’도 뤼베롱 자락에서 양을 치던 목동의 이야기다.
카뮈가 잠든 중세 마을
뤼베롱은 거대한 산맥의 이름이다. 1850㎢ 면적에 달하는 ‘뤼베롱 자연공원’ 안팎에 보석 같은 마을이 자리한다. 먼저 가볼 곳은 뤼베롱 남쪽 자락의 ‘루르마랭(Lourmarin)’이다. 약 1000명이 사는 소읍으로, 마르세유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15세기에 지은 ‘루르마랭 성’과 16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루르마랭의 명소로 꼽힌다. 고성(古城)과 성당에선 수시로 문화 행사가 열리고, 골목은 100개가 넘는 갤러리와 아트숍이 빼곡하다.

루르마랭은 노벨문학상 작가 알베르 카뮈의 마을로도 유명하다. 카뮈는 노벨상 상금으로 뤼베롱 산이 잘 보이는 자리에 집을 장만해 살았다. 안타깝게도 2년 뒤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마을 곳곳에 작가의 흔적이 어려 있다. 그가 잠든 공동묘지, ‘카페 가비(Cafe Gaby)’ 같은 단골 식당이 ‘카뮈 투어’의 주요 명소다.

루르마랭 동쪽 약 10㎞ 거리에는 ‘앙수이(Ansouis)’라는 마을이 숨어 있다. 관광객은 모르고 지나치는 한적한 마을이다. 마을 꼭대기에 10세기 건축한 ‘앙수이 성’이 있다. 여기서 이브 몽탕이 출연한 영화 ‘마농의 샘(1986년)’을 촬영했다.

앙수이 지척에 자리한 ‘퀴퀴롱(Cucuron)’은 영화 ‘어느 멋진 순간(2006년)’에 등장한 소박한 마을이다. 퀴퀴롱 여행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게 전통시장이다. 화요일 오전마다 영화에 나온 연못가에서 큰 장이 선다. 제철 과일과 라벤더 꿀, 올리브 같은 특산물과 공예품을 싸게 판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사람 냄새가 느껴져 좋다.
라벤더밭 거느린 수도원

뤼베롱 산 북쪽에도 예쁜 마을이 많다. 미국 서부 협곡처럼 붉은빛 황토 절벽에 들어선 ‘루시용(Roussillon)’은 마을의 가옥 색채도 ‘레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나치를 피해 숨어들었던 마을이다. 베케트는 루시용에서의 경험을 담아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썼다.
이웃 마을 ‘메네르브(Menerbes)’는 프로방스 여행 열풍을 일으킨 『프로방스에서의 1년』을 쓴 영국 작가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에서 처음 정착한 곳이다. 요란한 관광 명소는 없지만 일주일 이상 ‘살아보기 여행’에 제격이다.
누가 뭐래도 ‘고르드(Gordes)’는 프로방스의 얼굴 같은 마을이다. 프로방스 가이드북 표지에 단골로 등장해서다. 15번 국도 전망대에 서면 이유를 알 수 있다. 300~400m 산자락에 들어앉은 마을은 석회암 위에 층층이 탑을 쌓은 듯한 형상이다. 마을 꼭대기, 성 탑에 오르면 완만하게 퍼진 뤼베롱 산맥과 너른 평원이 한눈에 담긴다.
마을 뒤편 산으로 올라가면 프로방스를 상징하는 명소가 또 나온다. 라벤더밭에 둘러싸인 ‘세낭크 수도원’이다. 6~7월 꽃이 만개할 때는 수도원이 시장통 못지않게 붐빈다. 초여름이 아니면 라벤더 물결을 못 보지만, 호젓한 정취를 누리기엔 도리어 좋다.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어느 패키지여행 상품에도 없고 어느 가이드북에도 없는, 여행의 기술을 꾹꾹 담았습니다. 한 번 가면 반드시 더 가는 여행지, 프랑스 개별자유여행의 핵심 꿀팁을 총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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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베롱(프랑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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