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기자페이지
용인시내 과일가게 윈윈 전략 ‘유통축소·박리다매’ 인기 몰이 저렴한 바나나·사과 판매 불티 소비자 아침마다 오픈런 진풍경 소매업 살아남기 위한 혁신 성공

“바나나 한 송이 3천원, 사과 한 봉지 9천원이요.”
3일 오전 9시 찾은 용인시 내 한 과일 가게. 문을 열기가 무섭게 행인들은 길에 펼쳐진 과일을 살펴봤다. 물가 상승으로 과일 가격이 폭등했다는 뉴스와는 달리 이곳의 과일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중이었다.
끌고 나온 손수레를 한쪽에 두고 과일을 살펴보면 한 손님은 “요즘 마트만 가도 과일 하나 짚기 무서운데, 여기가 마트보다 싼 거 같아서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극한의 더위와 갑작스러운 폭우가 반복되는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로 국내 과일 수급이 불안해지며 과일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청과를 판매하는 ‘땡처리 과일 가게’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가격정보에 따르면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지난달 18일 3만5천407원을 기록한 뒤 여전히 3만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천원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바나나(수입) 100g 가격 역시 전년 동기(291원)보다 소폭 상승한 330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점포를 늘려가는 ‘○○이네’ 같은 가게들에서 판매되는 과일 가격은 그 절반 수준이거나 더 저렴했다. 인근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1만3천원에 판매되는 사과 한 다발(4개입)의 가격은 이러한 가게에서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구조다. 가게 사장 김희원 씨(38)는 “유통 마진을 줄여 저렴하게 많이 파는 게 가게 운영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 등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과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 소매업계는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유통 축소’를 꺼내 들며 이러한 흐름이 발생했다.
비슷한 관련 업체들은 과수원과 직접 계약을 통해 과일을 수매해 중간 유통 과정을 대폭 줄여 유통으로 발생하는 거품을 뺀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판매한다. 유통 비용을 줄여 과일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과일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까지 높인 ‘유통 축소’ 판매 구조를 가진 가게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김익성 한국유통협회 고문은 “‘땡처리 노상 과일 가게’와 같이 소매업이 살아남기 위한 유통 구조 변화 시도는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것”이라며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더해 중간 유통 과정을 줄여 가성비까지 잡아 수익을 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이러한 유통 구조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덧붙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