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30억원 중 451억원 ‘연체 채권’
여신 징계기준도 완화…상당수 경징계
우리금융지주에서 38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추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부당대출 중 절반에 가까운 대출은 이미 부실화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금융지주·은행을 검사한 결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전체 부당대출 730억원 중 451억원(61.8%)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로 취급됐다. 또한 전체 대출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338억원은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 경영진이 취임 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123억원이 부실화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적발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루어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하여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고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했다. 전체 부당대출 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은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징계 효과가 면탈된 사례도 있다.
또한 우리은행 파생상품 딜러(프런트)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파생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변동성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법으로 손실 누적액(약 1000억원)을 2년 이상 장기간 숨긴 혐의가 포착됐다.
리스크부서(미들)는 딜러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평가데이터를 적절한 검증 절차 없이 사용하도록 방치해 해당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이 다른 금융지주 대비 열위에 있는데도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지속해 온 반면,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인식·측정·관리하는 업무는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이외 자회사의 경우 운영리스크 손실사건 데이터를 자동으로 입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거나 시스템 운영을 소홀히 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등 지주 차원의 관리가 부족했다.
더 나아가 인수합병(M&A)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도 미흡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우리금융이 여타 자회사를 인수할 때는 인허가 실패 시 계약금을 반환받는 조건이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모두 '기업금융확대'라는 '2024년 경영목표'를 수립했으나 우리은행은 '2024년 3분기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이사회 보고·논의 없이 기업대출 감축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주요 자회사인 은행 경영진이 지주 경영계획과 상치되도록 영업목표를 임의 변경했는데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우리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훼손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우리은행은 고위험 부실채권(NPL)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자본금 200억원)에 계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NPL 후순위채권 등을 담보로 약 350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계열사는 해당 대출자금으로 NPL 등을 추가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순환 구조를 통해 외형을 확대함으로써 그룹내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브릿지론 통제에 대해서도 미흡했다.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관리 목적으로 브릿지론 취급을 금지했으나 자회사가 지주와 사전협의를 완료하지 않고 브릿지론(60억원) 취급 후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자회사가 리스크 조치사항을 미준수한 사실을 이사회·경영진에 보고하지 않고, 자회사 제재 및 평가에도 반영하지 않는 등 지주의 리스크 관련 보고 체계 및 자회사 관리 등 업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00억원 이상 자회사 간 공동투자에 대해서는 내규상 사업추진 타당성을 미리 점검해야하나, 부서 간 업무조정 과정에서 상기 통제절차를 누락해 2024년 이후 신규 공동투자에 대한 사업추진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지 않는 등 우리금융의 내부통제가 무력화됐다.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취약했다. 대출성 상품 철회신청 만료일(14일)에 비대면 철회 신청이 불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을 운영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에 누적된 문제점은 지난 수십 년간 고착화된 단기 실적 중심의 조직문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 아래 은행권 단기 실적주의를 완화하는데 집중하겠다"며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