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주식 매매 수수료 완전 무료와 평생 무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이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를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수퍼365 계좌 이용자를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혜택은 2026년 말까지 2년간 제공된다. 수수료 면제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 0.0008%,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수수료 0.0036396%까지 포함되며, 이 역시 메리츠증권이 전액 부담한다.
이번 수수료 무료화는 국내외 주식 거래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환전 수수료와 거래소 수수료까지 무료화한 것은 업계 첫 사례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통해 리테일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보다는 IB(투자은행)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이에 최근 급증하는 ‘서학개미’를 겨냥한 행보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해외주식 판매 수수료를 평생 되돌려주는 ‘어디서 사든, 여기서 판다’ 이벤트를 실시중이다. 신청은 다음 달 31일까지 받고 있다. 대상은 다른 금융사에서 구매한 해외주식을 내년 1월 7일까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로 2000만원 이상 옮기면 참여 가능하다. 해외주식 판매 수수료는 캐시백 형태로 평생 환급된다. 한주간 판매한 해외주식 금액이 차주 월요일마다 지급되는 식이다.
유진투자증권도 무료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유진투자증권 디지털 종합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해외주식을 최초로 거래 신청하면 신청 월로부터 7개월간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주식 매수, 매도 시 모두 적용되며, 제세금까지 포함하여 수수료 0%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디지털 고객을 대상으로는 미국(USD), 중국(CNY), 홍콩(HKD), 일본(JPY) 통화 환전 시 자동으로 98% 환율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의 무료 수수료 이벤트가 등장하는 이유로 서학개미의 증가가 꼽힌다. 최근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이 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24개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은 918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6946억원) 대비 32.2% 증가했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감에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착화된 국내 증시에 비해 판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증권업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미국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율 평균이 1.5bp(1bp=0.01%포인트)인데 비해 해외주식의 경우 6~8bp로 높고 환차익 수수료까지 수취해 리테일 부문의 효자 부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모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일주일간 신용이자와 매수수수료를 무료로 실시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이벤트로 인한 고객 증가가 실제로 큰 효과를 봤다면 현재와 같은 시기에 동일한 이벤트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벤트 기간에만 이득만 보고 빠지는 체리피커에 대한 우려도 거론된다.
또한 현재 무료 이벤트를 내세운 증권사들의 경우 자금여력이 충분한 모기업 혹은 지주사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있다. 또는 자사 타부문에 비해 약점인 리테일을 강화한다는 유인동기가 타 증권사들에 비해 커 가능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성장기에 위치한 해외주식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