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人'은 '디지털마케팅 종사자(人)'라는 의미로, 치열한 디지털마케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마케터의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성장이 기본이다. 정해진 예산과 미션(목표)을 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단계별 성장을 이뤄야 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건 한정된 리소스를 활용해 큰 그림을 그리는 마케터, 바로 사람이다."
김필준 리인벤팅 대표는 최근 자신을 '파트타임 CMO(기업의 마케팅 총 책임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올해 마케팅 스타트업 리인벤팅을 설립한 김 대표는 스타트업 현장에 직접 나가 A부터 Z까지 마케팅을 설계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축적한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을 이식하는 임베디드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블로터>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김필준 리인벤팅 대표를 만나 그의 모바일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왜 모든 마케팅 설계 과정을 직접 진행하느냐'는 <블로터>의 질문에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 온 이후 퍼포먼스 마케팅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다수 기업을 거쳐 쌓아온 내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을 이식하면서 여전히 증명되고 있다. 이를 정형화된 방법론으로 도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필준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외 마케팅(2005~2011년)을 거쳐 네이버 마케팅실 마케팅 매니저(2011~2013년), NHN 마케팅팀 팀 리더(2013~2014)를 거쳤다. 이후 이적한 기업 직방(부사장, 2014~2021)과 트렌비(2021~2013)에서는 CMO로서 기업의 마케팅을 총괄했다. 그는 이후 기업을 떠나 올해 마케팅 기업 리인벤팅을 설립했다.
김필준 대표의 마케팅 이력은 모바일 시대와 함께 시작됐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동시에 퍼포먼스 마케팅(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마케팅)가 태동기를 맞게 되면서다. 이후 그는 각 기업의 마케팅 조직에서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를 홍보할 때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 노하우를 쌓았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네이버로 이적했던 2011년 당시 국내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며 "이제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PC시대가 열리면서 네이버, 아마존 등 이커머스, 블리자드 등 PC 기반 서비스가 급증했듯이 이제는 모바일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서비스와 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내 구매는 급증했다. 모바일 활동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LTV, MMP(광고 집행 후 성과 측정 솔루션), ROAS(광고비에 대한 매출 비율) 등 성과 측정 지표가 정교해졌는데, 이로 인해 국내 마케팅 업계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가 퍼포먼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던 건 NHN으로 이동하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NHN에서 모바일 게임의 마케팅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는 "국내에서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마케팅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당시 회사에서는 처음 PC 게임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마케팅 방식을 모바일 게임에도 도입하라고 제안했고, 그대로 실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PC 게임의 경우 콘셉트와 메시지를 만든 후 다양한 매체에 집행하는 마케팅 방식이 성행했고, 모바일 퍼포먼스 마케팅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는 또 "한 번 방식을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PC 게임 마케팅 특성 탓에, 성과가 나도 후속 마케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팀원들과 국내 매체와 솔루션 기업, 대행사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론을 만들게 됐다. 이것이 지금의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의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은 브랜드, 퍼포먼스, UA(앱 및 플랫폼 내 신규 사용자 모객), CRM(고갱관계관리) 등의 요소를 통합한 방식이다.
먼저 한정된 예산 내에서 퍼포먼스를 설계한 뒤 효과가 좋은 매체에 하루 단위로 최적화한다. 매일 효과를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퍼포먼스를 실행한다는 데에서 기존의 PC 기반 마케팅과 차별화됐다. 이후 성과가 좋은 매체에 예산을 집중하면 퍼포먼스 광고 효율은 극대화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UA 마케팅 매니저를 NHN에서 직접 채용해 광고를 집행하며 퍼포먼스 마케팅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는 또 NHN에 재직한 2년 간 20~30개 게임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LTV(고객생애가치, 한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기간에 발생하는 매출)' 도입에 주력했다. 초기 모바일 게임 업계는 LTV가 높은 게임을 대상으로 예산을 집중시켜야 매출이 많이 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LTV 개념을 도입했을 때 반발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각 게임 스튜디오마다 자사 게임에 더 많은 예산을 유치해주길 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용 수를 늘린다고 해서 LTV는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높은 성과가 예상되는 게임에 예산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적용해 큰 성과를 낸 모바일 게임이 2013년 NHN이 서비스한 '포코팡'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포코팡은 국내 모바일 게임으로는 드물게 TV광고를 실행한 게임이기도 하다. 초기 단계부터 TV광고와 퍼포먼스를 세팅했고, 이후 인앱 프로모션을 많이 집행하며 세 가지 마케팅 요소를 조합했다. 그 결과 약 3개월 만에 이용자를 800만명 이상 모았다.
또 당시 포코팡은 배우 이종석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모바일 게임 초기만 해도 인기 배우 등 빅 모델들이 광고 모델로 기용되는 걸 기피했는데, 포코팡이 잘 되면서 이같은 이미지가 해소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부동산 직거래 및 중개 플랫폼 직방으로 이직하면서는 CMO로서 전반적인 마케팅을 총괄했다. 그는 직방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예산을 5대 5로 배분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제품 및 서비스보다는 기업 자체를 강조하는 브랜드 마케팅이 주목받는 업계에서 브랜드와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을 절반씩 배분하는 시도였다.
김 대표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너무 많은 예산을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브랜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퍼포먼스를 실행하지 않으면 기껏 쌓은 인지도에 대한 효과를 거의 보기 어렵다. 직방은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마케팅 효과를 모두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5대 5 예산 분배를 고집하는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 구할 땐 직방'이라는 필요성, 즉 직방의 이용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한 후 온라인 상에 설계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행했다. 다행히 이후 직방의 MAU(월간 이용자 수)는 이전 대비 4~5배 증가했다.
김 대표는 "지금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지만 2010년대 초중반은 퍼포먼스 마케팅 개념이 태동하던 시기였고, TV광고와 퍼포먼스 마케팅의 역할도 정립돼 있지 않았기에 실험적인 마케팅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제 기업을 떠나 올해 창업한 리인벤팅에서 고객사의 마케팅을 설계하고 있다. 리인벤팅의 마케팅 핵심은 브랜드, 퍼포먼스, UA, CRM를 통합한 김 대표의 마케팅 방법론이다. 달라진 점은 고객사의 전반적인 마케팅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리인벤팅은 직접 CMO, 마케팅조직장, 마케팅팀 역할을 수행하고 고객사의 마케팅 조직, 경영진과 한 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임베디드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과 리인벤팅의 마케팅 방법론 이식은 마케팅 실행 여부와 고객사 경영진 및 직원들과의 협업 여부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리인벤팅의 마케팅 설계는 김 대표가 고객사의 CMO의 역할을 맡아 대표이사 등 경영진, 마케팅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핵심이다.
리인벤팅의 마케팅 방법론 도입은 크게 '조직'과 '마케팅'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진행된다. 조직 측면에서는 고객사 내 마케팅 조직을 구성하고 팀원 역량 평가를 통해 각 구성원의 역할을 나눈다.
마케팅의 경우 △마케팅 현황 분석 △KPI(성과 측정 지표) 세팅 △마케팅 대시보드 및 프로세스 구축 △마케팅 및 이용자 데이터 분석 △MMP, CRM(고객관계관리) 툴 등 현황 분석 및 도입 제안, 기술 지원 △매체 운영 효율 분석 및 최적화 △대행사 역량 평가 및 프로세스 분석 △인앱 메시징 및 프로모션, 소셜 그래프 점검 △온보딩 프로세스 점검 및 개선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리인벤팅의 고객사는 O2O 플랫폼 기업이나 앱테크, 또 자사몰(D2C)이 있는 기업이다. 그 중 마케팅에서 성과를 아예 내지 못했거나 마케팅 인력 및 부서는 구축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곳이 리인벤팅이 찾는 타깃 기업이다.
김 대표는 "마케팅 방법론을 이식한다는 개념으로 문제 제기부터 의사결정 방식 등 업무 프로세스를 모두 직접 설정하고 있다"며 "마케팅 방법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객 행동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사몰이나 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설립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리인벤팅이 설계한 고객사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O2O 플랫폼에서는 3개월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증대됐고, 유가공 기업의 경우 자사몰 퍼포먼스 마케팅 컨설팅으로 3개월 만에 매출이 5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리인벤팅은 내년 3분기 초기 모델 론칭을 목표로 파트타임 CMO를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화하고 있다. 퍼포먼스 기반의 노하우를 가진 마케팅 인력 채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하우를 집약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리인벤팅이 개발 중인 사스형 솔루션은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론을 근간으로 한 대시보드(구조)가 기본이다. 마케팅 방법론 대시보드는 매일 진행해야 하는 의사결정과 KPI들을 인과관 계로 연결하고 있다. 주요 지표와 서브 지표를 연결해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데, 그는 그 외 CRM 등은 영업기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사스화된 퍼포먼스 마케팅 솔루션을 통해 기업의 경영진이 마케팅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마케팅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원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마케팅 실무진들은 데이터 지표 정리나 매체 운영 등 노동집약적인 업무가 많다. 오전 중에는 몇 시간씩 들여 데이터를 정리하고 문제점을 분석한다"며 "지금 준비하고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 솔루션이 자리를 잡으면 네 명의 실무진이 할 일을 두 명만으로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고유 영역인 데이터 분석 및 해석이 진행된 이후, 해결방안 및 마케팅 방식 설계는 AI(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생성형 AI가 고도화될 수록 마케터가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장기적 목표에 대해 "리인벤팅을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종합광고대행사가 TV광조를 중심으로 매스 캠페인 흐름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발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또 "종합광고대행사와 퍼포먼스 마케팅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은 또 아니"라며 "직방에서 실행했던 퍼포먼스와 브랜드가 결합한 형태로 매스 캠페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의 발전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수 중소 브랜드(SME)를 인수한 후 마케팅, 운영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전체의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리인벤팅의 사스 솔루션 역시 기술은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의 목표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
그는 "우리(리인벤팅)는 마케팅 전문집단이기 때문에 끝단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끊임없이 쌓아나갈 것이다. 향후 10년 간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나아가 브랜드 애그리게이터까지 사업을 한 단계씩 확장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