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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이가 들어가도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리디아 고(28·뉴질랜드)의 전설은 계속된다. 리디아 고가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상금 36만달러(약 5억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앞세워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통산 23승을 달성했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 최다승 1위를 굳게 지키면서 살아있는 전설임을 재확인했다. 개인 총상금 순위도 3위에서 2위로 점프했다. 기존 2023만달러에서 2059만달러로 총상금을 늘려 2029만달러의 캐리 웹(51·호주)을 제쳤다. 이 부문 1위는 2258만달러의 안니카 소렌스탐(55·스웨덴)이다.
우승 직후 김아림(30)과 최혜진(26) 등 동료들로부터 축배 샤워를 받은 리디아 고는 “봄철 아시안 스윙에서 우승해 기쁘다. 특히 그동안 이 대회에만 모두 10차례 나와 우승이 없었는데 그 갈증을 풀어서 후련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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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10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린 리디아 고는 9언더파 찰리 헐(29·영국), 7언더파 지노 티띠꾼(22·태국)과 함께 최종라운드를 출발했다. 헐은 1번 홀(파4)과 2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 찬스를 놓친 뒤 선두권에서 멀어졌지만, 티띠꾼은 1번 홀과 파3 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리디아 고를 압박했다.
3라운드까지 결정적일 때마다 퍼트가 짧게 멈춰서 고전했던 리디아 고는 최종라운드에서도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6번 홀(파4)과 7번 홀(파3), 8번 홀(파5)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 가도를 열었다. 이때 티띠꾼과의 격차를 4타로 벌렸고, 후반에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지키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리디아 고는 “무엇보다 7번 홀 버디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오른쪽 브레이크가 심했는데 이 퍼트가 떨어져주면서 이후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하며 동화 같은 나날을 보냈다. 또, 이번 아시안 스윙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올 시즌 전망도 밝혔다.
이처럼 전성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리디아 고의 곁에는 가족의 든든한 응원도 있다. 이번 대회에는 아버지 고길홍(64)씨와 언니 고슬아(36)씨가 찾아 모든 라운드를 따라다니며 리디아 고를 북돋았다. 특히 30살 전후로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리디아 고는 내년부터 출전 대회 숫자를 줄여나갈 예정이라 가족과 함께한 이번 우승이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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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홍씨는 “이전까지 10번 참가했지만 준우승(2015년)이 최고 성적이던 이 대회에서 우승해 더욱 기쁘다. 딸을 떠나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하고 싶다”면서 “내년부터는 내가 갤러리로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아버지로서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 앞으로도 선수로서 멋진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응원을 들은 리디아 고는 “한국에서 뛰는 대회가 얼마 없다 보니까 아버지께서 직접 보실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최대한 자주 아버지를 초청하려고 한다”면서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도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오늘 함께하지 못한 남편을 포함해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은 나란히 9언더파를 친 티띠꾼과 후루에 아야카(25·일본)가 차지했다. 임진희(27)는 7언더파 공동 4위,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를 달렸던 김아림과 2021년 우승자인 김효주(30)는 6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했다.
또, 최혜진이 5언더파 공동 11위로 뒤를 따랐고, 2022년과 2023년 이 대회 정상을 밟았던 고진영(30)은 유해란(24)과 함께 3언더파 공동 18위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