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HD현대가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임명했다. 1988년 정몽준 전 회장이 정계에 진출한 이후 3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온 HD현대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경영을 실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haracter(인물)
정기선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1982년 5월 3일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김영명 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막내딸이다. 정 회장에게는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를 비롯해 정선이, 정예선 세 동생이 있다.
정 회장은 2020년 7월 교육자 집안 출신의 정현선 씨(1994년생)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딸 정진율 양(2021년생)과 아들 정창빈 군(2022년생)이다.
대일외국어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성격은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부욕이 강한 편으로 알려진다. MBTI는 ‘INTJ’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Career(경력)
정 회장은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인 2007년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활동하며 첫 경력을 쌓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재무팀 대리로 근무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글로벌 경영 감각을 익혔다.
2013년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해 경영기획팀과 선박영업부를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4년 상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에는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과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겸임했다. 2022년 HD현대 대표이사, 2023년 부회장을 거쳐 2024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5년 10월 17일 HD현대 및 HD한국조선해양 회장에 공식 취임하며 그룹 총수로 올라섰다.

#Capability(역량)
정 회장은 2016년 마린솔루션 사업부를 그룹 내 독립 계열사로 분리·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선박 애프터서비스(AS)와 부품 공급 사업을 현대중공업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설립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시가총액 11조 원대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해, 조선 중심이던 그룹 사업 구조를 건설기계·에너지로 다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수소 에너지, 디지털 전환,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사업 분야를 그룹의 전략 축으로 설정하고 투자와 협업을 추진한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조직문화 혁신과 복지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자녀 교육비 지원과 사내 어린이집 운영 등 육아 친화 제도를 도입했다. 전 계열사에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임직원 복지카드·문화 혜택 강화 등 실질적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소통 중심의 경영 문화를 강조하는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하며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Critical(비판)
일각에서는 정 회장에게 ‘황태자 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30대 초반에 상무, 30대 중반에 전무와 부사장, 40대 초반 회장직에 오른 초고속 승진 행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사 속도를 두고 충분한 경영 능력 검증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젊은 리더로서의 경영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등 전통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며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에는 경험과 리스크 대응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Challenges(도전)
정 회장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선 부문의 구조 재편과 미국 시장 공략이다. 그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의 합병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부활 정책)’ 프로젝트에 대응하고 있다. HD현대미포의 도크를 특수선 사업으로 전환해 한·미 조선 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지만, 보호무역·기술이전 제한·대규모 투자 부담 등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은 건설기계 부문의 체질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26년 1월 출범할 ‘HD건설기계’ 통합 작업을 직접 주도하며, 인프라코어와 건설기계를 통합한 글로벌 종합 장비 기업으로의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경쟁 심화 등으로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조선업의 변동성을 보완하면서 실적 회복과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이뤄야 하는 만큼,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이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7년간 이어져 온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중심 체제로 복귀했으며, 조선과 건설기계 등 핵심 사업의 대규모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새로운 수장으로 나선 정 회장의 리더십과 초기 성과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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