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인사이트] K방산 지속성장 위해 국방반도체 국산화에 총력 기울여야

2025-04-01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K방산 대표주자들이 최근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에 총출동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독자 기술로 완성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시스템(L-SAM)과 국산 엔진을 탑재한 K9 자주포 등 K방산 주력 제품을 선보였고, 방산기업 수장들이 직접 세일즈에 뛰어들었다. 최근 견제가 심해진 유럽을 대체할 방산 수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동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선 것이다. 중동, 미국 등 수출 다각화를 통해 전 세계 시장에서 K방산 점유율을 높여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방위 산업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안보산업'이자 한국 경제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2023년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국내 빅4 방산기업이 모두 세계 100대 방산 기업 명단에 포함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우리 정부는 방산 전략산업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전략 아래,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을 목표로 전방위적인 K방산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정부가 무기체계 수출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행정절차를 효율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산수출 규제개선안 등은 현장 방산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주요국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새로운 수출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급변하는 국제 안보 환경, K방산에 대한 선진국들의 경계, 주요 권역 중심 경제 블록화 등 여러 가지 도전 요소도 존재한다. 미·중 갈등 심화, 양안관계 악화, 유럽 내 무력 분쟁 장기화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돌발 리스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방위 산업 특성상 무기체계 개발, 생산, 운영, 유지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부품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 수출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유지보수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방위 산업은 기술력과 경쟁력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소재·부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레이더, 유도무기, 군통신 등 무기체계에 활용되는 국방반도체 경우 무려 99%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높은 해외 의존도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에 취약한 구조를 낳고, 무기 수출 과정에서도 기술 이전이나 부품 수급에 대한 제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핵심 국방반도체중 고출력 RF 반도체는 수급 불안정성이 가장 심각하다. 이 기술은 현재 소수 선진국 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무기체계에 활용 가능한 기술로 분류되기 때문에 강력한 수출 통제를 받고 있다. 차세대 레이더, 위성체 등 첨단 무기체계에 많이 사용되는 고주파 대역으로 갈수록 수출 통제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수급 안정성 문제는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반도체 국산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기술 내재화, 공급망 구축, 인재 양성, 정부 정책 지원, 실전 적용이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특히 고출력 RF 반도체, 전력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략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국내 팹리스-파운드리-소부장 기업간 협력을 강화해 설계-제조-패키징-검증에 이르는 생산단계별 국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에서 설계만 하는 것이 국산화가 아니라, 국내에서 양산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국산화다. 유사시에 전략 물자를 국내에서 자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기술 안보 실현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방산 소재·부품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경제와 군사 안보를 동시에 보장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국방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보다 강력한 자주국방 능력을 갖춘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석 웨이비스 대표 minsghan@wavice.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