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러 오면 합의금 더 주겠다” 유인 뒤 살해
피해자 명의로 대출 받아 5500여만원 편취
2년 전 오늘,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택시기사의 시신이 그의 옷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의 범인은 31세의 남성 이기영으로, 그는 당일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를 냈다. 이기영은 음식점에서 고량주를 2병이나 마신 상태였고, 그의 여자친구가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을 감행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피해자인 50대 택시기사 A씨는 보험사에 연락하려 했지만, 이기영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이기영은 A씨에게 “합의금과 수리비를 더 많이 주겠다”며 유혹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합의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태도를 바꿨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이기영은 폭행을 가하고 둔기로 A씨를 살해했다. 그는 A씨의 시신을 옷장에 숨기고, 5일 동안 방치했다. A씨의 가족들이 그에게 연락을 시도하자, 이기영은 “교통사고 처리 중이다. 연락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인 척 행세했다.
하지만 A씨의 가족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것과 기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던 어투 등 이기영의 이상한 행동에 의심을 품었다. 결국 그들은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게 되었고, 같은 날 오전 이기영의 여자친구가 그의 집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기영의 여자친구는 고양이 사료를 찾으러 옷장을 뒤지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의 택시를 이기영의 아파트에서 1㎞ 떨어진 공터에서 찾아냈고, 이기영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택시와 자신의 차의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경찰 조사에서 A씨와의 합의금 관련 대화 중 시비가 붙어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재산이 62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계획 범행의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그는 A씨를 살해한 직후, A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고급 커플링을 구입하고, 고급 술집과 호텔에서 총 700여 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A씨 명의로 수천만원의 비대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기영은 검거되기 전까지 A씨로부터 총 5500여 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미 2019년에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거 이후 또 다른 살인과 시체 유기 사건이 밝혀졌고, 그 범인 역시 이기영이었다. 그의 거주 아파트는 그의 소유가 아니었고, 이 아파트는 이기영의 전 여자친구이자 동거녀인 50대 여성 우모씨의 소유였다. 이기영은 우씨가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의 추궁 끝에 그는 이미 8월에 우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우씨의 시신을 고양시 하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으나, 며칠 뒤에는 강가에 묻었다고 말을 바꾸어 혼란을 주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기영은 우씨의 명의로 8000여 만원을 편취했으며,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의 행동은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검찰은 이기영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무기징역을 확정지었다.
현재 이기영은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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