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악몽,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희망

2024-12-26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가 깃든 12월의 선물이 간절한 지금, 용산발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을 경악과 분노케 만드는 12월의 악몽으로 재연되고 있다. 필자 또한 고3이었던 1979년 수괴인 전두환과 그 일당에 의한 12월 군사 쿠데타가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며 그간 잊고 살았던 ‘역사적 트라우마’가 다시 망령처럼 살아 돌아오는 듯한 심한 공포를 느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고 고백한 2014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또다시 주목받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심장을 멈추게 했던 끔찍한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우리의 삶은 비현실적인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에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5년이 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라는 자신의 ‘충격적 결정(shock decision)’을 옹호하며 분노했다”며 1차 담화에서 대통령이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라며 머리를 숙였던 모습과 너무 다른 반전 상황을 꼬집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은 단순히 정치적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와 시민사회의 힘이 시험대에 오른 중대한 위기 상황이었다. 민주주의란 국민의 주권 아래에서 정부가 운영되고, 법치와 시민의 권리가 존중받는 체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104세)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우리는 ‘법치국가’에서 도덕과 윤리가 지배하는 ‘질서국가’로 들어가지 못한 채 ‘권력국가’로 회귀할 위기에 놓였다”라며 작금의 비상 상황을 엄중하게 지적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국가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극단적 조치로 굳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적용은 매우 제한적이며 민주적 가치와의 균형 또한 필수적이다.

윤석열표 비상계엄은 명백하게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로 그가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실시간 생중계되었고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초래할 것이고 나아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며 정치 혐오와 냉소주의를 부추길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우리 기성세대가 하지 못했던 정치 참여와 저항을 청소년들이 새로운 문화 코드로 만들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이 정치 참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손에 형형색색 야광봉과 개성 만점 피켓을 들고 적극적으로 광장에 모이는 시민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6일 경남 간디고 학생들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각지로 확산하며 힘을 더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무관심이 아닌, 오히려 현재와 미래를 향한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가 인공호흡처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성숙한 정치 참여에 박수를 보낸다.

민주주의는 결코 완성된 체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우리의 보호장치이자 안전장치이다.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정치적 책임감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의 민주주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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