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상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례작업(열차 운행 중 실시하는 선로 등 유지보수 작업)에 대한 전면 폐지보다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상례작업의 원칙적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상례작업을 전면 폐지하면 주간에만 할 수 있는 작업을 못 하게 되고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정부와 코레일을 비롯해 노조는 재발방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6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열차운행 중 상례작업에 관한 긴급 토론회’에서 “상례작업 차단보다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안은 코레일·노조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가 참석해 청도 열차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짚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상례작업은 철도보호지구(선로 인근 30m 이내 지역) 내에서 열차 운행 중에 역장의 승인을 받고 시행되는 유지보수 작업을 이른다. 2019년 경남 밀양역 사상사고 이후 선로에서 2m 이내의 ‘위험지역’에서의 상례작업은 금지됐다.
철도노조는 그러나 선로에서 2m를 벗어난 지역이라고 해도 상례작업이 충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주장했다. 이동·대피 통로 등 안전한 작업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현철 철도노조 기획국장은 “상례작업 시 이용되는 선로 옆 이동 통로를 보면, 바위 등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거나 사면으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선로 밖 작업이라도 언제나 선로를 횡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창규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장은 “열차 접근 경보앱의 잦은 오작동, 지연경보도 상례작업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상례작업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안전한 통로·대피공간 확보 등 환경적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상례작업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진 상례작업의 전면 폐지보다는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상욱 국토부 철도시설안전과장은 “상례작업을 야간작업, 차단작업으로 전환하면 주간에만 가능한 옹벽 크랙 등 점검들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 개량 사업 등도 지연돼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첫차·막차를 조정해 열차 시간을 줄이는 문제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안전한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 투입 등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상례작업 통로 확보 관련 예산이 2023년 71억원에서 지난해 440억원, 올해 384억원으로 확대됐고 내년에는 600억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일반선로에 1500대가량 설치된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를 확대해 긴급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관제, 작업자, 기관사 등에 알리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국토부는 조만간 철도노조를 포함한 관계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앞으로 한 달 내로 청도 열차사고와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