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이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무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서유럽 방산 기업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현지 직접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방산업체 BAE시스템 조선소에서 잠수함 12척 확보에 150억 파운드(약 27조9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인 국방비 지출 규모를 2029년까지 3%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날 구체적인 무기 구매 계획을 밝힌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냉전 이래 가장 심각하고 즉각적”이라며 “2035년까지 10배 더 강한 군을 만들기 위해 드론·구축함·항공기 등 우리의 모든 군사 부문을 한데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국방비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나토 의회연맹 춘계 총회에서 “32개 회원국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데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달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목표를 현재 GDP의 2%에서 5%까지 늘리는 것에 찬성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GDP의 5%까지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규모가 지난해 4570억 달러(약 630조6600억원)에서 8000억 달러(약 1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방산 업계는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을 기회로 보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의 점유율은 2.2%였는데, 이를 유럽의 국방비 증가 규모(약 470조원)에 적용하면 K방산에 연간 약 10조원의 유럽 수주 기회가 추가로 생긴다. 여기에 캐나다·페루에서부터 베트남·필리핀까지 환태평양지역의 각국에선 노후한 무기 체계를 개편하는 군 현대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프랑스·독일 등 나토 회원국 중심의 ‘방산 동맹’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토는 유사시에 대비해 회원국 간 무기 체계의 호환성을 높여왔는데, 이는 별도의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회원국끼리 무기를 거래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도 역내 방위산업 보호에 힘쓰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8000억 유로(약 126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내에서 부품의 65% 이상을 생산한 무기만 지원 대상으로 한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 판로를 확보하려면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일본항공기산업진흥(JAIEC)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BAE시스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와 합작 법인을 세워 2035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 해당 합작 법인 설립이 역내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며 영국에 본사를 두는 합작 법인의 설립을 승인했다.

국내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4월 폴란드 최대 방산 기업 WB그룹과 다연장 로켓 ‘천무’ 유도탄의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또 지난달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2조9188억원 가운데 9188억원을 유럽과 중동 방산업체와 합작법인 설립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루마니아 국영 방산기업 롬암과 대공 미사일 공동 개발·생산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앞두고 일부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방산 기술 수준이 높은 서유럽에는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기는 어렵다”라며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무기를 공동으로 개발·생산하는 등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