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다. 창업회장부터 현 이재용 회장까지 내외부 주요 위기를 선언 형식으로 돌파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잘 알다시피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진출 선언'으로 삼성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어 경영을 맡은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 바꾸라'는 변화 천명으로 지금의 삼성 수준을 월드클래스에 새겨 넣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계열사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위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내부 교육 형태지만, 사실상 외부에 던지는 삼성의 다짐 같은 것이다. 굳이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아는 귀절이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로 싸우면 살 것이다(生卽死, 死卽生)'에서 나온 그 사즉생 정신이다.
우선 이재용 회장은 지금의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왜란에 준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여기는 듯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삼성의 반도체(D램), TV, 스마트폰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여기에 현재와 미래 성장성을 받칠 인공지능(AI)반도체와 반도체설계(파운더리) 분야는 실력 발휘가 더뎌지고, 앞으로의 진로까지 의심 받고 있다. 모든 것이 좋지 않은 이때, 이대로 그냥 멈춰있다가는 침몰할 수있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앞선 할아버지, 아버지 회장들의 선언도 평탄한 상황에서 나오지 않았다. 과거에, 지금 호시절에 안주해선 안되겠고, 반드시 새로운 길을 뚫어야만 산산조각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단에서 나온 공통점이 있다.
'독한 삼성'이란 이전에 잘 쓰지 않던 이례적으로 격한 표현까지 넣어가며 교육 내용과 상징물을 제작한 것을 보면, 지금의 삼성이 이전 삼성보다 열배, 백배는 심한 복합위기에 놓였음을 설명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거기에서 나온 사즉생이니 만큼 '진짜 죽기를 각오하고 임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표현은 사즉생이지만, 결국 이는 '기술즉생'으로 증명돼야 한다. 기술의 삼성 존재를 확인시키는 방법은 기술 뿐이다. 이재용 회장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임을 강조해왔다.
기술로서 삼성 위기를 넘고, 기술로서 추격자를 따돌리고, 기술로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결국 '기술이 있으면 산다(기술즉생)'의 정신일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