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전직 고위관리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방 동맹국들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장악한 결제 시스템을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 시간) 존 컨리프 전 영란은행 부행장이 전날 영국 유력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가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영국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졌던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시점에 맞춰 미국의 위협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컨리프 전 부행장은 “그린란드와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 여러분이 목격한 것은 이 특정 정부가 전통적으로 동맹국으로 여겼던 지역에도 적대국처럼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결제 시스템 업계 사람들도 이같은 얘기를 한다. 내가 무기처럼 쓰일 수 있는 미국 시스템을 쓰고 싶은가"라고 말했다.
컨리프 전 부행장이 지목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로 풀이된다. 그의 시선에서 서방국가들이 매일 국내 금융 거래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 시스템을 쓸 만큼 미국 의존도가 높고, 해외 결제시 미국 은행 사용을 피하기 힘든 구조가 불안해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그린란드·가자지구 점령을 언급하며 영토 야욕을 보인 것처럼 결제 시스템을 지렛대로 유럽을 협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컨리프 전 부행장은 미국의 F-35 전투기 ‘킬 스위치’ 문제가 결제 시스템에도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킬 스위치는 장비를 원격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올해 3월 유럽 언론이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킬 스위치 부착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실제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러시아의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했다. 컨리프 전 부행장은 "사람들이 F-35에서 걱정하는 킬 스위치는 결제 측면에서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