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볼리비아에서 좌파 지도자들의 19년 집권이 막을 내리고 친미·중도우파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 대통령(58)이 취임했다. 이로써 볼리비아도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과 함께 친미 중남미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파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 연방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패 척결과 경제난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도대체 그들(전 정권)은 그렇게 많은 부를 어디에 썼는가. 그들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축복받은 가스 바다’는 어디에 있나”라며 “이념은 밥상에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고용, 생산, 성장이다”라고 언급하며 경제난 극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꼽았다고 밝혔다.
하이메 파스 사모라 볼리비아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인 그는 타히라 시장과 상원의원을 지냈다. 아버지 파스는 대통령이 되기 전 군부의 탄압을 받아 약 10년간 망명했는데, 이 기간 파스 대통령은 스페인에서 태어나 베네수엘라, 칠레, 에콰도르 등 다른 나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부친 파스 전 대통령 역시 이날 취임식에 참석했다.
리튬,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볼리비아는 자원 부국이지만 에보 모랄레스(2006~2019년)·루이스 아르세(2019~2025년) 집권 기간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외화 유동성 위기, 연료 부족, 정치적 불안정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9월 연간 인플레이션이 23.3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정권 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
좌파 혁명좌파운동(MIR) 소속이었던 아버지와 다르게 파스 대통령은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당 후보로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경찰의 비리를 동영상 SNS 틱톡에서 연속 고발한 에드만드 라라 전 경감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서며 ‘파스 팀’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파스 대통령은 우파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과 사회주의운동당 루이스 아르세 전임 대통령을 제치고 승리했다.
선거운동 기간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를 구호로 내건 파스 대통령은 정부 부처 축소와 민간 부문 성장 촉진, 감세 등 보수적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사회복지 정책은 줄이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파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실리 외교’를 시작할 것이며 미국과 대사 외교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전 행정부는 2008년 국내 반정부 시위에 필립 골드버그 당시 미 대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골드버그 대사와 미 마약단속국(DEA) 관계자를 추방했다. 미국도 주미 볼리비아 대사를 맞추방한 뒤 양국 대사직은 17년간 공석이었다. 그 사이 볼리비아 좌파 정권은 중국과 밀착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목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관계 회복”이라며 “볼리비아는 이념적 독단주의 아래 그간 고립됐지만 이젠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라는 큰 틀 아래 모든 (외교) 관계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양국이 무역투자협의회를 다시 가동하고 항공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운영 승인, 미국인 관광객 비자 요건 완화, 미국 평화봉사단 자원봉사 재도입 추진 등을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참석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 보수 인사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 등 진보 인사도 고루 참석했다.
파스 대통령은 향후 5년간 1130만 명의 볼리비아 국민을 이끌게 된다. 볼리비아 헌법에 따르면 1회 재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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