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보다 믿음이, 분노보다 응원이 필요한 때

2025-10-14

요즘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애매한 장면 중 하나는 홍명보 감독이 소개되거나 얼굴이 비칠 때 터져 나오는 야유다.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한 야유는 지금도 여전히 들린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조차 어색하고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홍 감독 선임에 대한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야유가 결국 대표팀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홍 감독이 선임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절차, 소통 부족, 홍 감독의 말 바꾸기는 팬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선임 과정부터 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시간대에 있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회장을, 감독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이름으로 함께 싸우는 ‘우리’ 대표팀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A매치를 치른 뒤 불면한 기색을 직접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손흥민, 이강인 등은 올해 초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감독에 대한 야유가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로도 여러 명이 말하고 있다. 팬들의 의도는 감독 비판일지 몰라도, 실제로 상처를 받는 건 감독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위 선수들, 그리고 팀 전체다.

홍 감독 역시 완벽하지 않다. 그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부분도 많다. 지금 홍 감독은 과거 홍 감독과 달리 상당히 움츠려 있다. 월드컵을 앞에 두고 팬들의 야유 때문에 수장이 위축되면 팀에 무슨 도움이 될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오해와 곡해를 낳는다면 누구나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서포터스, 팬들은 자신들을 ‘12번째 선수’라 부른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지지와 믿음,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다. 실제 선수라면 경기 전후, 경기 도중 감독에 대한 야유를 공개적으로 보내겠나. 감독에 대한 불만과 야유를 공식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선수가 해야 하는 행동이 결코 아니다. 홍 감독에 대한 야유가 쏟아질 때 상대팀 선수, 지도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한국을 두려워할까. 한국을 우습게 볼까.

감독을 믿고, 선수와 팬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대회에 임하는 팀과, 불신과 야유 속에서 출발하는 팀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믿음이 있는 팀은 위기를 버티고, 서로 실수를 감싸며 한 걸음 더 간다. 반면, 의심이 자리한 팀은 흔들리게 마련이며 위기에서 다시 일어설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우리 모두의 팀이다. 감독도, 선수도, 팬도 한 배를 탔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야유 속에서는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월드컵까지 시간은 금방 흐르고 월드컵 출전이 바로 현실이 된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함께 견디느냐에 따라, 월드컵 성과가 달라진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잘하기를 바란다면 감독에 대한 비판은 조금 줄여 보자. 지금은 비판보다 믿음이, 분노보다 응원이 더 큰 힘을 낼 때다. 밀어주고 지지해줘야만 나중에 책임도 물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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