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교수 “한·일정상회담 타이밍 절묘···김대중·오부치 선언 실행계획 2025년판’”

2025-08-24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타이밍이 절묘하고 회담 내용도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실행계획의 2025년 판을 보는 것 같았다”고 24일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동언론 발표문을 두고 대체로 지금 한·일 협력이 필요한 영역을 잘 망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한·미·일 공조 등 협의에 대해선 “한국이 방미 대화를 앞두고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해서 한국의 대외 관계를 펼쳐나가겠다고 하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시절 받았던 반미·반일·친중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이번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어떻게 봤나.

“첫 번째,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고 좋았다. 한·일 정상이 올해 중 어느 때 만나냐는 게 중요했는데 바로 대미 협상 직전에 만났다는 것, 또 이시바 일본 총리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빠져있을 때 이시바 총리의 손을 잡아준 것도 굉장히 전략적인 포석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정상회담 내용도 상당히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공동발표문 중 눈에 띄는 내용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당시 선언문에 딸린 액션플랜(실행계획)이 있었다. 그 1998년 실행계획의 2025년 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보·경제·사회·인적 교류·북한 문제 등 지금 한·일 협력이 필요한 영역을 잘 망라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앞으로 한·일 공조 협력을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 같은 내용인데, 워낙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 합의를 만든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등 한·일이 같은 아픔을 가진 문제를 정부 간 협의체까지 만들어서 정책을 논의한다는 건 상당히 앞선 내용이라고 본다.”

-방미 직전 진행된 회담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방미 일정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외교적인 스탠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지금 받고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해서 한국의 대외 관계를 펼쳐나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 이 대통령 야당 지도자 시절의 발언을 보면 상당히 친중적 또는 반미·반일적이라는 인식이 (일본 일각에서) 강했고, 지금 트럼프 정부 일각에서도 여전히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이번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

-대미 관련 한·일 정상 협의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 부분은 사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어서 (일본과) 긴밀히 논의했다 하더라도 발표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아메리카 퍼스트’로 나갈 때 (한·일 등) 나머지 국가들이 플랜B로써 어떤 협력 체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한·일이 끼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일이 어떻게 공조하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미국에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한·일 간 전략적 협력도 따로 강화하는 두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숨어있다고 본다.”

-과거사 문제 언급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맞다. 한·일이 당면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가 크지만 이번에 크게 다루지 않았던 것은 그것조차 전략적이라고 본다. 우선 일본 국내 상황을 볼 때 지금 과거사 이슈를 풀어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나마 이시바 총리가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일본은 아베 전 총리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실효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거라고 본다. 두 번째는 그야말로 실용 외교인데, 과거사 문제를 쟁점화해봤자 우리한테 돌아올 것은 없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실용적 계산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회담이 앞으로 5년간 있을 대일 관계에 대한 큰 방향성과 밑그림을 딱 그려놓았다. 과거사 문제를 직시한다는 기본 입장을 취하면서도 미래 협력에 방점을 둔, 협력을 가속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 임기 중에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소위 ‘2.0 선언’이 도출될 것이라고 본다. 2028년이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30주년이 되는데 그 전에 한·일 관계의 큰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망의 근거는 무엇인가.

“전략적으로 한·일이 공조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일은 서유럽에서 미·소 냉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당시 독·불 관계와 같은 양상이다. 한·일 사이에도 당시 유럽연합(EU)를 결성한 독·불처럼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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