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일자리 비전 못 알렸다…트럼프는 노조 불안감 파고들어" [미 대선 D-5 | 최대 산별노조에 물었다]

2024-10-30

조합원 120만 전미철강노조 캄 대변인

“노조는 정당이 아닌 후보의 정책을 평가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해리스는 호소력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120만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북미 최대 규모의 산업별 노조 ‘유니이티드 스틸워커스(United Steelworkers·USW)’의 제스 캄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더 분명하게 알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USW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난 7월 해리스가 등장한 직후 조합 차원의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노조원들이 트럼프의 유세 연단에 올라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다. 캄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들은 노조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들의 행동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유세 연단에 조합원들이 올랐다.

“해리스를 지지하는 USW의 공식 입장과 달리 개별적으로 트럼프의 유세에 참석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들의 권리이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는 하지 않겠다. 다만 그들은 트럼프의 유세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불안한 일자리와 폭등한 물가, 당장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바이든 정부와 해리스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이자 해리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거라고 생각한다.”

노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분명히 말하지만 노조는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각 후보의 정책을 평가해 공식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USW는 일찍 해리스의 정책과 비전을 스스로 검토한 뒤 지지를 결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후보가 된 해리스의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해리스는 지난 4년간 벌어진 물가상승과 국경문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명쾌하게 해명하거나, 자신이 구상하는 경제 비전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원인과 대책을 제시해 노동자들을 더 확신시켰어야 했다. 왜 노동자들이 해리스를 지지하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지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해리스는 트럼프를 ‘반노조·친기업’이라고 공격한다.

“트럼프 1기의 행적을 종합하면 트럼프는 분명히 중산층과 노동계급을 희생시켜 극소수 부유층에 혜택을 준 대규모 감세를 시행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트럼프가 사용하는 관세와 미국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논리와 수사는 불안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호소력을 발휘하며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가 말하는 경제와 국경 정책이 실현 가능할지, 또는 실제로 경제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불안감을 느끼는 일부 노동자들이 지지 후보를 정하는 데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캄 대변인은 “USW의 해리스 지지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러스트벨트 내 다수의 다른 노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내 “해리스는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해리스에 대한 불안감은 USW 등 주요 대형 노조가 위치한 펜실베이니아뿐 아니라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전체 노동자들이 느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리스가 앞섰던 러스트벨트 여론이 박빙이 됐다.

“모든 노조원들은 미국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노동자들의 강력한 교섭권이 병행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이 이러한 노동의 핵심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선 모두 견디기 어려운 식탁 물가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전히 많은 노조가 해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냈지만,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해리스의 구체적 비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모두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팀스터스’ 등 일부 노조는 공식 후보 지지를 유보했는데.

“다른 노조의 자체적 결정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USW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조는 각 후보의 정책과 가치를 평가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노조의 공식 입장을 정한다. 해당 노조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의 정책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해리스가 노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회복할 방법은 없나.

“해리스가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알렸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해리스는 늦게 후보가 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 해리스의 비전이 중산층과 미래 산업 발전에 초점을 둔 노조의 주장과 유사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이를 잘 모른다. 늦었지만, 해리스가 승리하려면 자신의 정책과 자신의 관점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노동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어떤 지도자가 노조의 지지를 받을 거라고 보나.

“당장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제조업을 연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프라와 공급망, 산업 기반 구축 측면의 투자가 지속되고 미래에도 기업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바탕에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창출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지도자는 노조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미래 일자리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유니이티드 스틸워커스(United Steelworkers)

1937년 공업지대 펜실베이니아에서 태동한 북미 최대 규모의 산업별 노조.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120만명에 달하는 현직 조합원과 퇴직자들이 가입돼 있다. 현재 영향력을 북미뿐 아니라 멕시코, 영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산하 조직에는 철강업을 비롯해 제지, 유리, 고무 등 러스트벨트 지역 내 다양한 제조업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의 노동자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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