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9월 26일 오후 3시쯤 경북 포항 인근 앞바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으로 개발 중인 한국형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KAAV-Ⅱ)가 시험운행에 나섰다가 침수돼 2명이 사망했다. 업체 직원 2명은 출동한 해경·소방 당국에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KAAV-Ⅱ 개발사업은 해병대가 운용 중인 KAAV의 수명주기 도래와 상륙작전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해 기동성과 생존성이 향상된 차기 상륙돌격장갑차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8년 시제업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돼 ADD 주도로 탐색개발이 진행 중이다.
당시 침수사고가 발생한 차량은 기초설계단계에서 제작한 시제차로, 바다에서 시험하는 탐색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사고 발생 두 시간이 지나 희생자를 발견하는 등 수심 10m에 달하는 바다에 장갑차를 보내면서 구조 장비 및 안전 관리 인력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사망사고’라는 것이다.
특히 사고를 일으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0년 7월에도 전남 장성 상무대 수상조종훈련장에서 육군의 신형 K-21 보병전투차량의 도하훈련 중 침수 사고가 발생해 부사관 1명의 목숨을 잃은 침몰사고를 일으킨 회사를 인수해 KAAV 개발사업에 뛰어들었기에 더욱 철저한 구조 대비 시스템 등을 갖췄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국 사망사고 발생으로 침수사고 구조 대비를 소홀하는 안일한 인식 탓에 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고 이후 1차적으로 해양경찰에서 침수사고 수사에 나섰다.

사고 발생 20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수사 상황은 포항해양경찰이 시제품을 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이 사업을 주관하는 ADD 관련 직원들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게다가 이와 별개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도 검찰 지휘를 받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ADD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망사고에 대해 해양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만큼 검찰의 최종 판단이 마무리되면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ADD 등의 주요 관계자들은 재판에 넘겨질 수 있는 처지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를 결정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부정당업자 제재 등 행정 조치를, ADD는 이 사업 관련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게 된다.
무엇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검찰이 혐의(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의 결과 발생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사망사고의 결과 발생한 경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자칫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우 방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KAAV 사망사고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현재 검토 중”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실치사) 등 적용 가능한 법률을 살펴보면서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명단’에서도 위험물질 노출, 화재 및 폭발 등 중대산업사고 피해가 큰 사업장으로 꼽힌 바 있다.

종합하면 2023년 9월 발생한 2명의 사망사고는 현재 검찰 단계에서 각종 변수들을 체크하며 막바지 수사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15개월 가까이 멈췄던 한국형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개발사업이 최근 재개됐다.
방위사업청과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2024년 10월 탐색개발 기본계획을 수정하고, 2025년 1월 합참에서는 운용성 확인 재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사망사고를 낸 탐색개발을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을 재개했다. 사업 지연에 따른 해병대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전력화 지연 우려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오는 6월 탐색개발을 마무리하고, 후반기에는 체계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망사고가 수사 중인 상황에서 사업 재개 이유에 대해 방사청은 수사 결과에 따라 시제품 제작 업체와 ADD에게는 법률적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일단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탐색개발 단계에서 행정·법률적 문제 및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와 서둘러 사업을 재개했다는 입장이다.
해양경찰청 수사 및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술검토 결과, 선수익(상부 출입 해치로 물이 들어가는 걸 막는 부품) 파손과 개방된 해치로 해수가 유입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선수익 용접부를 최소화, 링크 등 지지부를 추가해 설계를 보강하고, 해치는 밀폐시 경고음 및 경고등이 작동돼 외부 통제가 가능토록 하는 개선책을 마련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가 개선책에 대해 지난해 10월 31일 의결해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며 “합참도 운용성 확인 재개 결정을 내리고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