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속도내는 한화·HD현대…'조선업 협상카드 활용해야' [시그널]

2025-03-14

관세 장벽을 높이는 트럼프 정부가 조선 만큼은 유일하게 한국에 손을 내밀면서 한화·HD현대 등의 기업들이 미 조선소 인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미국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방산 분야에 속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접촉하면 불리한 조건 속에 투자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 조선 투자를 지렛대로 수주 일감을 확보하고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와 2차 전지 협상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조선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동남아와 미국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의 생산능력 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주를 감당하기 어렵고, 미국은 자국내 조선소에서만 선박을 건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조선소 인수와 친환경 선박, 엔진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최근 6000억 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실탄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뉴포트뉴스·잉걸스·파스카굴라 등 일반 상업용 선박 건조와 군함의 MRO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 여러곳을 투자 대상으로 꼽고 있다. 대부분 시설이 낡고 숙련된 인력이 모자라 한국 기업이 인수 후 유상증자와 인력개발·기술이전이 필요한 곳들이다.

동남아에서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다. 지난해 6월 HD현대는 수빅조선소의 최대주주인 미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캐피탈과 투자를 포함한 공동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미 해군 기지였던 수빅 조선소는 지금도 미 해군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군함의 MRO를 의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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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042660)은 지난해 6월 미 필라델리아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1380억 원)에 인수했다. 중소형 상선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조선소로 일감이 3년치 쌓여있지만 한화는 연 최대 4척까지 생산능력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의 오스탈 조선소를 인수하려고 추진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투자 시도 끝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미 MRO시장에 진출했고 최근 미 해군 함정 정비 수주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창정비를 마쳤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올해 미국에서 각각 최대 6척과 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양사간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현대HD가 공식적인 루트 이외에도 전직 미 고위 국방 장성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며 “탄핵 국면이 서둘러 마무리 된 뒤 정부가 나서 미국에 투자할 기업들의 역할과 받을 수 있는 대가에 대한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인도 등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이 불거지지 않은 국가들은 이미 물밑 협상을 통해 관세 공격을 막은 반면, 우리는 반도체, 철강에 이어 쇠고기까지 압박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조선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중국에 취약한 분야인 만큼 미국이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참여를 원하는 분위기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상선을 93척에서 250척으로 늘리고 한미일 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항구세 부과 등 규제 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군함 생산 능력은 미국에 비해 5배 이상 크다”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줄였던 국방 예산을 트럼프 정부에서는 한국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늘리면 국내 방산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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