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좋아하고 뱀은 싫어한다.”
1984년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62)의 말이다. 하 이사장이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일하면서 뱀처럼 간교하게 술수를 부리는 것을 단호하게 배척하겠다는 뜻이다.
하 이사장은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나는 원칙을 중심으로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칭찬한다”며 “원칙을 무시하고 뭔가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1984년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은퇴 후 1996년 부산시 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모교인 동아대 교수로 활동했다. 2021년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체육지원특보단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지난해 8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 감사에 선임돼 2년 임기를 마친 뒤 이사장에 최근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하 이사장은 “감격함, 떨림을 느낀다”며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는 말로 현재 심경을 대신했다. 하 이사장은 “공단이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신상필벌 원칙을 지키며 공단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하 이사장은 “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하려 한다”며 “공단으로서 안정적인 체육기금 확보,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하 이사장은 “공단이 지금 체육기금으로 약 2조2500억원을 조성하고 있다”며 “임기 3년 안에 2조5000억원 기금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지금 62.8%에 머무는 국민 생활 참여율을 3년 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하 이사장은 체육이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전인격적 인성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스포츠를 통해 정의, 인내, 노력, 배려, 협조 등을 배울 수 있다”며 “스포츠를 통한 국민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하 이사장은 “숱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게 학교체육 활성화”라며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진천선수촌은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하 이사장은 “왜 이렇게 됐나 싶다. 우리나라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얼마나 잘했나”라면서 “우리 체육계가 원칙이 깨지고 정상화하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하 이사장은 “체육 가치를 갖고 몸소 실천할 전문가가 체육회장을 맡을 때가 됐다”며 “선수들은 21세기에 사는데 기존 시스템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하 이사장은 “나는 아는 게 없고 말을 잘못하는 촌놈”이라며 “공단을 뒷바라지하면서 공단이 자생력이 강한 조직으로, 한국이 스포츠로 반듯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