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출범할 첨단전략산업기금 출자 사업에 참여하는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민간 자금의 투자 유인을 높이면서도 피투자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총 1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의 근거를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담았다. 기금의 운용 주체인 산은과 기금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PE나 VC, 신기술금융사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형식의 첨단전략산업지원회사는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기금이 민간 자금을 유치해 SPC를 설립한 경우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또 향후 산은이나 SPC가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는 기업의 주주나 지분을 보유한 자가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같이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통상 정부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투자를 받는 기업이 지분 희석을 우려해 자금 유치를 거부하는 상황을 고려해서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첨단전략산업기금의 경우 여타 사례와는 달리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민간자금까지 매칭되는 만큼 수익성 확보와 피투자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 조항을 삽입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앞서 개정안을 논의한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도 “원칙적으로는 정부는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다”면서도 “민간이 들어왔을 때는 당연히 민간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 가치도 봐야 되지만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의결권은 예외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맞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모태펀드나 성장사다리펀드와 같은 정책 목적의 모펀드의 경우 통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다만 첨단전략산업기금의 경우 벤처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모태펀드 등과는 달리 팹(Fab) 등 대규모 공정설비 신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초장기 인프라·기술개발에 투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민간의 참여 유인을 확보할 필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50조원 규모로 조성돼 이 자금을 기초로 민간과 산업은행의 협력을 통해 100조원 이상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5000억원 출자를 바탕으로 총 1조원의 자금 투입이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희토류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만간 영역의 의결권 확보는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각 산업의 수요를 고려한 방식으로 출자 사업 공고가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