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37명 불타죽었다…사과궤짝 위 부검, 악몽의 그날

2025-03-30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

부검을 통해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읽는 법의학자는 매일같이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한다. 시신에서 스치는 냄새 속에 사인의 단서가 숨어 있을까 이호(전북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부검을 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으로 한순간에 목숨을 잃은 이들부터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심장이 멈춘 아주 작은 아이까지. 30여 년 동안 부검한 시신만 5000구에 달한다. 고인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까, 떠나는 길에 억울함이 남지 않을까 주말도 없이 묵묵히 부검실로 향한다.

세상에 정의는 없어 보였던 대학생 시절, 의대 공부는 내던진 채 학생운동에 심취해 있었다. 법의학을 하면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겠단 생각에 다시 의학 교과서를 폈고 병리과를 선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거쳐 전북 지역에서 발생하는 변사 사건을 20년 넘게 담당하는 지금, 그는 법의학자는 ‘정의 실현자’가 아닌 ‘사실관계를 완성하는 의학 과학자’라고 말한다. 진실이 밝혀져 오히려 안타까웠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들이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을까?

오늘 ‘뉴스 페어링’은 책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이기도 한 이호 교수가 들려주는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파묘(破墓) 후 시신을 꺼내 살인 범죄의 증거를 찾고, 비 내리는 날 과일 상자 위에서도 부검하며 깨달은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정년이 다가오지만, 이 교수는 은퇴 후에도 부검실을 떠날 수 없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신입 법의학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법의학계의 씁쓸한 현실, 이 교수와의 자세한 인터뷰를 전한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훼손된 시신보다 더 참혹했던 ‘가장 온전한 주검’

📌1년 새 가족 부검 두 번이나…다시 만난 유족의 사연

📌미라처럼 변하고 뼈만 남아도 부검은 이뤄진다

📌수 천 번 부검이 남긴 교훈…법의학자가 꿈꾸는 죽음은

📌“한국 법의학은 멸종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진행 : 최하은 기자

🎤답변 : 이호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첫 법의학 현장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였다. 법의학자로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병리과 레지던트 시절, 국과수 파견 이틀 전 송별식 자리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수습돼 들어온 시신들을 개인 식별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시신을 구분하고 옷의 상표, 사이즈, 색깔 등 특징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 일을 많이 했다. 당시엔 자원봉사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다 보니 시신 2구가 하나로 합쳐져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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