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진정한 지도자는 경청하고 배려한다

2024-12-15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초래한 정국 혼란은 일시적인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대한민국의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전반에 여전히 진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번 사태도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세계는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보고 있다. 나랏일을 한다는 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국민을 바라보고, 온당하고 질서 있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가뜩이나 내수경기는 물론이고 수출마저 어려운 판국에 정국의 불안정이 국가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의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큰 풍랑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국가 권력의 꼭대기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로 나라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것은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역할, 그리고 그들에게 부여된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부여받은 권력을 지도자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국가의 지도자든 기업의 CEO든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명은 오히려 주어진 권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동료들과 잘 협력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일을 잘 하도록 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전문가요 지도자다. 따라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최고의 덕목은 진정성과 경청, 그리고 배려다. 진정성이란 진실하고 참됨이며, 경청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고, 배려란 보살펴 주는 마음이다. 구성원들과의 신뢰가 이로써 형성된다. 신뢰는 사람들이 변화하고, 고난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견인하는 원동력이 된다.

손자병법에서는 장수의 덕목으로 지(智), 신(信), 인(仁), 엄(嚴), 용(勇)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한 가지만 고른다면 신이 최우선이다. 지장(智將)과 용장(勇將)도 좋지만, 신뢰와 배려로 무장된 덕장(德將)을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통감(通鑑)’에 ‘덕이 재주를 앞선다’라는 덕승재(德勝才)란 말이 나온다.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덕이 모자라면 그 재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오히려 그 재주가 독버섯이 될 수도 있다. 덕(德)은 ‘똑바른 마음으로 인생길을 걷는다’라는 뜻이다. ‘사람을 사랑하되 덕으로써 하고(愛人以德)’,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以德服人)’는 말이 있듯이 덕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품성이다.

공자는 법과 형벌이 아니라 덕과 예로써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백성을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이끌면 백성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자연스레 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덕의 기술’에서 “덕이 없으면서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의 삶은 언제나 선한 일을 하고 남을 돕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도 종교적 권위가 사라진 서양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근대 교육을 통해 개인이 도덕을 내면화하여, 자기 내면에 양심의 가책이라는 도덕적 자기 검열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의 수장인 CEO에게도 덕이 필수다. 지인이 보내온 글 속에서 ‘CEO는 곡예사가 돌리는 원반 접시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보았다. 3차원의 접시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CEO는 이리저리 쉼 없이 옮겨 가면서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CEO가 이처럼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에서는 철저한 합리주의자여야 하고, 공적으로는 정의로워야 하며, 인간적으로는 경청과 배려의 덕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도덕경(道德經)에서는 군주를 네 등급으로 나눈다. 가장 훌륭한 정치 지도자는 그저 있다는 것만 알려진 사람이다. 그 아래는 백성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칭찬하는 사람이다. 그 아래는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 아래는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사람이다(이승훈 ‘인생어휘’ 246쪽).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 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달 초에 의미 있고 신선한 소식이 들렸다. 경상북도의회 의원들과 직원들이 의회 로비에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많은 선물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것도 새벽 시간에 남몰래 한 일이었다. 그 결과 ‘풍성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만들어졌다. 이렇듯 ‘조용한 행복 나눔’은 덕을 갖춘 상급의 지도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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