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이프(If), 투수 와이프(Wife)···‘만점’ 한화 선발진의 첫 분기점

2025-05-21

프로야구는 매시즌 ‘이프(If)에서 출발한다. 구단과 감독, 현장 코칭스태프가 누적 데이터와 경험 그리고 나름의 통찰력을 기반으로 그려놓은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목표에 근접한 성적을 내거나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즌 전 계산과 크게 어긋나 있는 팀은 출발점에서의 ‘이프’와 현실의 간격이 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넌트레이스를 움직이는 ‘이프’ 중 우선시되는 것은 역시 마운드다. 당초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운용에서 변수를 최소화할 때 144경기의 긴 싸움이 가능해진다. 올해 한화가 기대 이상의 레이스를 한 것도 투수력에서 ‘이프’의 완성도를 극대화한 덕분이었다.

한화는 20일 현재 팀 평균자책 3.19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3.22), 불펜(3.20)모두 1위다. 스탯티즈 기준, 투수 전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에서도 13.79로 LG(12.05)에 이어 1위에 올라있을 만큼 투수력의 지분이 컸다.

한화는 21일 울산 NC전에서 2년차 좌완 황준서를 선발 마운드에 올리면서 개막 48경기만에 기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벗어난 카드를 내는 처음으로 꺼내게 됐다. 돌려 보면 한화가 시즌 전 준비한 ‘이프’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위권에서 경쟁 중인 LG와 롯데는 이미 선발로 한 차례라도 등판한 투수가 9명에 이르고 있다.

한화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발생 가능한 변수 대비책도 준비 중이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기자와 통화에서 “선발투수들이 꾸준히 잘 던져주고 있다. 다만 여름으로 가면서 체력적으로 처지는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보다 조금 더 강한 공을 던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 황준서 또한 선발 뎁스를 만드는 카드 중 하나다. 또 엄상백은 2군서 조정기를 거친 뒤 조금 더 패스트볼에 힘을 실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 마운드에 시너지를 만든 것은 ‘이프’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든 덕분이기도 하지만 투수 ‘와이프(Wife)의 조력 덕분이기도 했다. 야구장에서의 와이프는 18.44m를 거리를 두고 투수와 배터리를 꾸리는 안방마님들이다. 한화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최재훈과 이재원 두 베테랑 포수들에게 선발 투수에 대한 역할 분담을 비교적 명확히 해줬는데 그 결과로 투·포수의 호흡과 신뢰에서 긍정 효과가 나타났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한화 감독이 스스로 경험을 통해 근거리에서 포수를 지도하는 김정민 배터리 코치와 상의 끝에 최재훈은 폰세와 류현진, 문동주를 전담하고 이재원은 와이스, 엄상백과 피치컴을 함께 쓰게 한 선택이 잘 들어맞았다. 예컨대 폰세는 호투 이후 최재훈에게 공을 돌리고, 와이스는 이재원에게 신뢰와 존중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선발투수와 담당 포수 사이에 끈끈함이 형성된 방증이다.

한화는 팀타율은 6위(0.250), 팀 OPS는 7위(0.699)로 공격력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있다. 다만 마라톤을 가르는 동력은 역시 안정된 호흡이다. 프로야구 마라톤 승부의 호흡은 마운드의 안정감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22일 개막 이후 2개월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첫 변화를 가져가는 한화가 또 한 번 ‘이프(If)’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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