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LG의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다.
팀의 리드오프 홍창기의 시즌 아웃 소식이 전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홍창기는 좌측 무릎 내측 측부 인대가 파열되어서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잘하면 포스트시즌 정도에 합류하는게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일주일 전 검진에서는 미세 골절로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결국 재검에서는 우려했던 상황이 나왔다.
홍창기가 빠지면서 생긴 우익수 한 자리는 송찬의가 맡고 있다. 홍창기의 시즌 아웃이 확정되면서 송찬의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날 송찬의는 염 감독의 근심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이날 6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1홈런 6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친 하나의 안타는 팀 승리를 일찌감치 결정짓는 그랜드슬램이었다.
1회 상대 선발 윤성빈이 흔들리는 틈을 타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린 송찬의는 6-0으로 앞선 2회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롯데 바뀐 투수 박진의 2구째 132㎞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송찬의의 개인 첫 만루 홈런. 이 홈런으로 LG는 2회부터 이미 10-0으로 앞섰다. 송찬의는 4회에도 무사 2·3루에서 땅볼로 타점을 올려 6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난타전으로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LG는 17-9로 승리했다.
경기 후 송찬의는 “사실 홈런을 쳤을 때에는 타구가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잘 몰랐다. ‘잘 맞았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외야를 바라보니 롯데 좌익수 빅터 레이예스가 공을 잡으려는 제스처를 취하더라. 그래서 외야 플라이로 타점을 올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비수들이 멈춰있었고, 타구가 넘어가더라”고 말했다.

송찬의는 지난 3월23일 잠실 롯데전에서 박진을 상대로 홈런을 친 기억을 다시 살렸다. 그는 “그때도 슬라이더가 연속적으로 들어오다가 쳤는데 이번에도 초구부터 변화구가 오길래 한 번 더 같은 공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라며 “배트가 나가다가 잘 맞은 것 같다”라고 돌이켜봤다.
홍창기의 이름이 언급되자 송찬의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졌다. 그는 “창기 형이 건강하게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티가 안 나게 잘 메꿔야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창기 형만큼 잘 하면 좋겠지만 창기 형은 정말 대단한 선수라서 내가 모든걸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창기가 마음 편히 재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송찬의는 “내가 못하면 창기 형이 급하게 돌아와야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팀적으로나, 창기 형에게나, 나에게도 마이너스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고 창기 형이 완전히 회복한 후에 돌아올 수 있게끔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송찬의는 2018년 팀에 입단해 한 번도 1군에서 풀시즌을 소화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선배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찬의는 “형들도 계속 나가다보면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고 하더라. 계속 경기에 나가다보면 감이 안 좋을 때도 나가고, 좋은 상황도 있을텐데 안 좋을 때는 어떻게 하고, 좋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워가면서 해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체력 관리의 중요성도 느낀다. 송찬의는 “형들도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하더라. 잘 먹고, 잘 자고 컨디션 관리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라며 “나도 휴식할 때 잘 쉬려고 한다. 경기 끝나고 밥을 잘 못 먹는 편인데도 잘 먹으려고 하고 있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프로 데뷔 후 흔치 않은 6타점 경기를 펼친 송찬의는 “사실 타점을 얼마나 했는지는 생각 안 해봤다. 경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계속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고 바람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