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지난 3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은 회의실 한켠에 누군가 우두커니 홀로 앉아있었다. 어두운 표정을 한 최상목 경제부총리였다. 최 부총리의 연락을 받고 은행회관에 속속 도착한 이들이 목격한 모습이었다.
불과 수십 분 전인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연히 예고는 없었다. 충격 속에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최 부총리는 바로 은행회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급히 연락을 돌렸다.
이들이 오기 전까지 최 부총리는 어둑한 회의실을 홀로 지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경제수장 3명이 은행회관에 도착했다. 심야에 일명 ‘F4 회의(금융(Finance)을 책임지는 4명 수장이 모여서 하는 회의)’라 불리는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만류했지만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며 말했다.
내일 사표를 내겠습니다.
놀란 이창용 총재가 나서서 말렸다. “비상시국에 경제 사령탑마저 없으면 대외적으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설득했다. 최 부총리는 결국 사의를 접었다. 그리고 이후 상황은 알려진 대로다. 국회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시켰고, 27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까지 통과시켰다.
스스로 경제부총리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최 부총리 앞에 이제 더 큰 산이 놓였다. 부총리로서 수행하는 대통령의 자리다. 유례가 없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최 부총리에게 탄핵 ‘악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