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어설픈 중국 악마화의 모순

2025-03-16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중국 간첩 암약설이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무척 당혹스럽다. 중국 간첩이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했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연수원에서 중국 간첩 99명이 체포돼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내용이다. MZ세대의 대중 인식이 아주 부정적이라고도 보도된다. 모 국책은행이 대규모로 투자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대서특필됐다. 우리도 어느덧 미중 패권 경쟁에서 촉발된 서방세계의 중국 악마화 흐름에 무조건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아닐까. 최상층 제도권까지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것이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 아닌 합리적인 인식과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전방위적인 중국 악마화는 분명히 소탐대실이다.

한국인에 대한 전격적인 비자 면제 조치로 중국 여행이 꽤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수 년간 단절됐던 지역이라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 다녀온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중국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불야성을 이루던 예전의 활기를 완전히 상실해 잘 나가던 카르푸조차도 폐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0여년 전까지는 외국인투자지역인 경제특구의 경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부터 본격적인 대중 압박 정책이 시작되자 서방세계의 대중 투자도 자연히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 자체의 빠른 기술 습득으로 무분별한 중국 투자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2012년 말 시진핑 총서기가 집권하면서 내수 주도 경제 발전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자연히 경제특구지역이 상대적으로 쇠퇴했다.

지난주 중국의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렸다. 경제 실적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국내총생산(GDP)이 총량 규모로 전년 대비 5% 성장한 18조 9000억 달러였다. 우리의 약 10배다. 1인당 기준으로는 1만 3444달러였다. 놀라운 것은 무역 규모가 6조 1500억 달러라는 점이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미 수출이 3.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3599억 달러 흑자였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의 국내외 학자들이 중국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지난해 중국 경제 실적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는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1992년 중국과 수교한 후 양국 관계에서 많은 대중국 외교자산을 쌓아왔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수출 1330억 달러, 수입 1399억 달러 등 총 2729억 달러의 교역 실적을 올려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20.7%의 비중을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총 3102억 달러, 비중은 23.6%로 올라간다. 물론 2022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전환이다. 미국의 대중 수입 억제책에 영향을 받아 우리 기업들이 직접 수출하던 데서 국내를 우회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대중 수입이 느는 이유다. 결국 중국은 주요 수출국이면서 동시에 수출품 제조 기지다. 베트남이 대체 제조 기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규모상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경제통상국가 발전을 지속하자면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국은 경제적인 실체가 있다.

한반도가 안정화를 유지하고 있는 데도 일정 부분 중국의 작용이 있다. 물론 우리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제일 중요하다. 굳건한 한미 동맹과 미군 주둔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다. 밀접한 한중 경제 관계는 양국 경제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발전을 국책의 최우선에 두고 있는 만큼 한국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적극 후원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반도가 긴장 관계에 빠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할 것이다. 정치·경제 안보를 고려해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추종할 것만은 아니다. 보다 철저히 우리의 국익을 고려해 보조를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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