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세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 초래할 수도”

2025-03-16

MAGA 앞세운 트럼프 정책의 귀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났으며, 미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한 20세기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25대 매캔리 대통령을 흠모해 그의 관세 정책을 본받아 위대한 대통령의 업적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50일간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경기 후퇴 우려로 나스닥 지수는 12% 하락했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는 지난 1월 31일 2.9%에서 지난 6일 현재 -2.4%로 추락했다.

과연 관세와 제조업 부흥, 정부 개혁으로 집약되는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라는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 또는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로 몰아갈 것인가.

미국 기업의 국내 ‘무공장 전략’

제조업 위축·일자리 감소 초래

고관세와 불법 이민자 추방으로

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 커져

규제 철폐로 초대형 기업 출현해

혁신 시스템 파괴 가능성도 제기

미국 성장 이끈 IT 혁명, 양극화 야기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 경제의 부상에 밀려 후퇴하던 미국 경제는 2010년대부터 정보통신(IT) 혁명과 생산성 상승을 동력으로 부활했다.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은 2000년 30%에서 2010년 22.6%로 줄었다가 2024년 26.5%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경제 부활의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누적돼 왔다. 미국 기업은 연구·개발(R&D)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만 미국에 두고 제조 부문을 생산 비용이 낮은 중국 등 글로벌 공급 사슬에 배치하는 소위 ‘무공장(fabless) 전략’을 추구했고, 결과적으로 제조업은 위축됐다. 제조업 고용은 2000년 대비 2024년까지 25.8% 감소했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2000년 12.6%에서 2024년 8.0%로 낮아졌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혁명과 주가 상승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가져 왔으며, 이에 분노한 ‘백인 패자(white-loser)’의 ‘집단 반발(White lash)’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충분한 정책 준비 없이 시작했던 트럼프 1기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책 뒤집기와 대중국 관세에 집중하고 양극화 심화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 중산층 붕괴 등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의회 연설에서 “관세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고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1기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1기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관세로 정부 수입을 늘리고,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관세가 미국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삼성전자의 세탁기 공장 직접투자 사례는 1500명의 직접고용과 해당 지역 경제에는 이익으로 이어졌지만, 미국 소비자에게 세탁기를 수입할 때보다 연간 15억 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긴 것으로 보고됐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수입업자에게 부과되는 조세다. 관세 부과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 변동 및 생산자와 수입자의 가격 전략,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1위 품목은 애플이 중국의 팍스콘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아이폰이다. 미국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아이폰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과 트럭·승용차는 미국 자동차 업체의 공급 사슬과 연결돼 있어, 비용 상승분의 80%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전망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관세는 일회적인 가격 조정으로 인플레이션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관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인플레 압력 낮춘 불법 이민자 유입

관세 외에도 불안 요인은 또 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이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히스패닉의 집단 반발(Hispenic lash)이다. 히스패닉 근로자는 불법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한 노동력 공급 증가로 임금이 정체돼 고통받았다.

미국 의회예산처 추정에 따르면 2022~24년 유입한 불법 이민자는 670만 명에 이른다. 실제로 2019년 12월과 비교할 때 2024년 12월 소매업 근로자 실질임금은 4.7% 감소했다. 히스패닉 근로자가 트럼프 후보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에 열광한 이유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의 대거 유입은 2022년 8%까지 치솟았던 물가를 2024년 2%로 하락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유입 단절은 곧 노동력 부족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작용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아직 재정 지출 삭감과 감세 정책이 나오지 않아 트럼프노믹스의 전체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와 글로벌 공급 사슬의 혼란은 미국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 효율화 추진으로 인한 시스템 혼란은 총요소 생산성을 저하시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악화와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대전환기의 불가피한 일시적인 고통이라고 여론을 설득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가져올 충격에 대비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임을 언급하며 시장의 두려움을 달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낮추며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30%에서 40%로 높였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또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특징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 대표되는 실리콘 밸리의 기술 엘리트가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원하고, 정부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기술 엘리트의 역할은 방만한 정부 조직의 ‘재설계(re-engineering)’로 재정 적자 축소와 정부 기능 효율화를 추진하며, 규제 철폐를 단행하는 것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화부’(DOGE)가 그 역할을 대표하고 있다.

기술 엘리트, 공공성 훼손할 수도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기술주의는 정부의 존재 목적인 공공성 추구와의 상충을 피하기 어렵다. 첨단기술은 일시에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공공부문은 그 성격상 정치적 가치 선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수술이 어렵다. 또한 기술 엘리트의 효율성 추구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 당면한 국가 과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실리콘 밸리의 기술 엘리트가 정부의 규제 철폐를 통해 공공의 안전성을 저해하면서도 묵시적으로 기업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철폐가 주목된다.

제국의 영광은 제국의 관용과 그런 제국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서 나온다. 그러나 취임 이후 지난 50일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트럼프노믹스는 미국 경제의 내부 문제를 관세 전쟁을 통해 세계 경제에 전가해 해결하려는 것으로, 제국의 관용과 신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첫 내각 회의에서 유럽연합(EU)에 대해 “미국을 강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블록”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우방국의 미국에 대한 착취(screw)가 누적된 결과이며, 관세는 착취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2030년 대형 기술기업 붕괴 전망도

학계와 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노믹스가 MAGA의 비전을 실현할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특히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규제 철폐로 대형 기술기업 간 합병이 용이해짐으로써 초대형 기술기업이 출현해 기술산업을 지배하고 미국의 번영을 가져온 혁신 시스템을 파괴할 위험을 지적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AI) 부문의 막대한 투자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짐으로써 2030년 대형 기술기업 붕괴가 발생할 것을 단언한 바 있다.

트럼프노믹스는 미국의 번영을 위협하는 양극화와 재정적자 누적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부담을 관세로 충당하고자 함으로써 미국 경제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 문제를 초래하고, 세계 경제에는 무역 전쟁으로 세계 공급 사슬을 대혼란에 빠트릴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특히 무역 전쟁은 세계 무역체제를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이전으로 돌리고 무역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와 범위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2030년대 중반까지 금융위기보다 더 혹독하고도 긴 겨울의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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