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트럼프식 전략 통했나···혼란한 ‘관세 전쟁’ 전망은

2025-02-04

“협상용 아냐” 말과 달리 성취 앞세워 유예 조치

모호한 요구마저 전략…‘관세 무기화’ 여지 남아

‘관세 전쟁’ 전운 도는 중국으로 쏠리는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을 한 달 유예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관세 위협이 사실상 ‘협상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예정대로 추가 10% 관세 부과가 발효된 중국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관세 전쟁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으로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 결정을 밝히면서 멕시코·캐나다로부터 대가로 얻어낸 결과물을 나열했다.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다”란 기존 발언과 달리 자신이 원했던 국경 보안 및 마약 단속 약속을 받아냈다고 강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충격과 압박’ 전술로 상징적인 전리품을 얻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유예 조치에 대해 “지금까지는 ‘혁명’이라기보다 ‘거래의 기술’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방을 거칠게 밀어붙인 뒤 막판 ‘빅딜’로 원하는 것을 챙기는 협상 전술을 즐겨 사용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신의 요구 사항을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은 ‘모호함’ 역시 의도적인 전략의 일부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미스터리’로 두루뭉술하게 남겨두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협상을 끝낼 시점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중단이 아닌 유예에 불과하고, 추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무기화’ 행보를 이어갈 여지를 남겨뒀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 등에 정교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앞으로 무역 전쟁의 향방을 놓고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과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은 4일 0시부터 예고대로 발효된 10%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해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늦어도 이번 주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과 갈등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기조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이 협상 테이블에서 ‘당근’을 던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1차 무역 전쟁 당시 “동등한 규모의 강력한 반격”을 강조한 것과 달리 이번엔 상대적으로 ‘대화’에 중점을 둔 신중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날 중국이 보복성 관세 부과 시기를 10일로 설정한 점도 미·중이 그 사이 물밑 협상을 거쳐 무역 전쟁을 피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중국과 미국이 체결한 ‘1단계 무역 협정’ 복원이 중국의 첫 번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당시 2년간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2000억달러(약 292조원) 구매하기로 약속했는데 코로나19 등 여파로 이행률이 절반에 그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협정을 두고 “역대 최고의 합의”라고 추켜세웠다. 이 밖에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투자를 늘리고, 수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으로선 10% 추가 관세 부과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거론해온 ‘60% 대중 관세’보단 낮은 수준의 압력인 데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중국도 수출 다변화 등을 꾀한 상태라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상무부에 지시한 무역협정 재검토 및 불공정 무역 해소 방안 마련 기한이 4월1일인 만큼 본격적인 무역 전쟁을 앞두고 협상에 나설 시간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있다.

WSJ은 “현재로선 어느 쪽도 무역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듯하다”며 “중국은 취약한 경제 상황에 부닥쳐있으며, 트럼프는 60%로 공언했던 대중 관세 대부분을 연기하면서 대화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