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은 임금으로 인해 공직사회를 떠나고자 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하 시군구연맹)이 전국 시군구 공무원 1,924명을 대상으로 한 ‘시군구연맹 공무원의 고용실태와 생활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4.7%가 ‘낮은 임금’으로 인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던 공무원은 낮은 임금체계로 인해 기피의 대상이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실시된 2025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력경쟁 필기시험에는 11만9,066명이 지원했다. 선발 예정 인원은 총 1만3,596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8.8대 1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높은 민원 스트레스와 낮은 임금을 받는 공무원보다는 민간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공무원 임금은 100인 이상 민간 기업 임금 평균의 약 84%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다수의 시군구 공무원은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93.7%는 급여가 낮다고 답했다. 특히 이런 인식은 ▲9급 97.6% ▲8급 97.9% ▲7급 95.0% ▲6급이상 84.9%로 저연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초과근무 빈도는 48.8%로 높은 수준인 반면,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만족도는 14.6%로 매우 낮았다.

업무 성과에 따른 물질적 보상도 공무원 임금이 낮다는 인식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전체 응답자 중 6.8%만 성과에 비례한 물질적 보상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즉, 93.2%는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시군구연맹 공주석 위원장은 “공무원의 임금체계는 업무와 보상이 반비례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하위 직급일수록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을 받는 불공정한 임금체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공정 임금체계는 비단 하위 직급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사에서도 확인됐듯이 직급과 상관없이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공무원 이탈을 막기 위해 저연차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제27회 국무회의에서 “최근 공직시험에 합격하고 퇴직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보수가 적어서 그런 것이냐”라며 저연차 공무원 이탈과 관련한 처우개선을 지시했다. 같은날 인사혁신처는 “저연차, 실무직, 현장 공무원 중심으로 처우개선을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공무원에 대해 민간 임금과의 적절한 균형 등을 고려해 합리적 수준의 보수 인상을 추진하고, 2027년까지 9급 공무원 초임 보수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7%~2.9% 수준에 머물러 2년 내 9급 초임 보수가 월 300만원을 넘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공무원 보수위원회 간사 시군구연맹 김민성 사무총장은 “정부는 2027년까지 9급 초임 보수를 월 3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대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낮은 인상률로는 정부가 내건 목표가 현실화될 수 없고, 결국 공허한 약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 임기 내 공무원 임금을 민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국민주권정부라면 정당한 노동에는 반드시 합당한 임금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